이미 바둑은 백쪽으로 크게 기울어졌다. 흑이 좌하귀에서 처럼 두면 간단히 두 집 내고 살 수 있지만 그 정도로는 도저히 역전이 어려울 것 같다.
그래서 실전에서는 김동호가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보려고 3, 5로 버텼다. 하지만 이 형태는 흑돌이 아직 완생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아니나 다를까. 박영훈이 먼저 6으로 붙여서 12까지 사전공작을 한 다음 14로 치중하자 흑이 단박에 곤란해졌다. 자체적으로 두 집을 만들 수 없으므로 일단 15, 17로 패 모양을 만들었지만 백의 꽃놀이패여서 사실상 여기서 승부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후의 실전 진행이 다. 흑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귀를 살려야 하므로 필사적으로 패를 버티고 있지만 1, 7이 모두 손해패감인데 반해 백은 10으로 잇는 것까지 패감이 된다는 게 기분 좋다. (6 …△, 9 … 3) 다음에 흑A면 백B로 역시 패다. 물론 흑이 패를 이용해서 겨우 살 수는 있겠지만 백이 패를 양보하는 대신 다른 곳에 두 번 두면 어차피 바둑은 백승이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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