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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 다이어리<46>지혜(WIS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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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 다이어리<46>지혜(WISDOM)

입력
2014.02.03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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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야구 코치들은 보통 앞에서 강하게 끌고 가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코치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끌고 가기보다는 뒤에서 조심스럽게 밀고 가며, 스스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부분이 많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가 볼 때 가장 큰 이유는 문화적인 부분과 개인적인 성향인 것 같다.

보통 선수들에게 코칭을 하다 보면 미국 선수들은 거의 모든 선수들이 질문을 하거나 본인의 의견과 생각을 이야기 한다. 특히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사를 표현하기 때문에 선수에게 기술적인 이야기를 할 때는 더 신중하고 세심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나면 다양한 의견과 함께 토론이 진행되곤 하는데 때로는 코치의 생각과 선수의 생각이 달라 논쟁으로 이어질 때도 있다.

그런 과정에서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코치가 선수들과 논쟁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수 개개인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하며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선수가 납득할 수 있는 기술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선수의 의견을 잘 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선수들은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이야기하지만 사실 내성적이거나 자기 주장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고, 또 이런 선수들과 사이가 멀어지게 되면 관계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가끔 팀에서 대화를 할 때 자기 주장을 강하게 이야기 하는, 우리로 치면‘우기는’ 선수들이 있다. 그런 선수들의 공통적인 점은 자기의 실력을 숨기든지, 아니면 착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힘든 경우가 본인의 기술적인 부분이 더 우월하다고 자신하는 선수들이다. 그런 선수들은 일단 그냥 내버려 둔다. 코치는 선수들을 돕기 위해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 선수가 필요로 할 때, 여러 가지 기술적인 조언과 함께 대안을 제시하면 선수가 받아들이는 속도는 굉장히 빠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가 코치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 다음은 선수 스스로의 몫인 것이다. 그래서 흔히 하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아무리 머리가 좋아서 똑똑해도 현명하지 못하면 발전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워드의 선물’이라는 책에 보면 사람이 살아가면서 인생의 전환점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현명하지 못한 사람은 인생의 전환점인지 조차도 알지 못하고 지나간다는 것이다. 야구 선수로 성장하려면 여러 가지의 중요한 전환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타자라면 내가 파워 히터(power)인지 에버리지(average) 히터 인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연습 시간에 어디에 포커스를 두고 훈련을 할 것인지를 결정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 상황에서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예를 들어 상대 투수의 주무기를 공략할 것인지,단점을 공략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그리고 주자 상황 별, 볼 카운트 별, 공략 구종을 선택해야 하며 때로는 타석의 위치를 바꾸어 가며 투수를 공략해야 하기도 한다.

이러한 타격을 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연습 때부터 코치와 상의하며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봐야 한다. 그러면서 때로는 실패도 해보고 성공도 해보며 나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몇몇 선수들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성공한 사람들 아무나 붙잡고 그들의 실패담에 대해서 물어보게. 그러면 다들 이렇게 대답할 거야. ‘그건 나에게 꼭 필요했던 실패였다’라고. 똑같은 실패라도 쓸모 있는 실패가 있고 쓸모 없는 실패가 있어. 둘 중 어느 것을 선택 할지는 오직 단 한 사람, 자기 자신에게만 달려 있지” (하워드의 선물)

선수 주변에는 선수를 도와줄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때로는 선수에게 해를 입히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나에게 도움을 줄 사람인지 아닌지, 또한 주변 사람들의 조언이 나에게 맞는지 틀리는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야구선수로 살아가든 평범한 인생을 살아가든 누구나 스스로의 목표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며 어느 것 하나 쉬운 길은 없다. 또한 누구나 크고 작은 시행착오와 시련을 겪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현명한 판단과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결국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내가 설정한 목표 방향으로 가려는 굳은 신념과, 상황 상황 마다 적절한 선택을 하기 위한 ‘현명한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볼링그린 하이스쿨 코치ㆍ전 LG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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