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들이 올해도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하고 나섰다. 이들 대학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학생ㆍ학부모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으로, 장학금 등 학생들에 대한 혜택은 줄이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가만 있어도 호봉승급 등 지출이 자동적으로 늘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대학들의 속앓이는 깊어만 가고 있다.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1월 말 현재까지 대구경북지역 40여개 대학(산업대ㆍ전문대 포함) 중 10여 개 대학이 2014학년도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했다. 남은 대학들도 인상하는 곳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한의대는 최근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열고 계열별로 최대 4%, 평균 3% 가량 내리기로 결정했다.
앞서 결정한 경북대 경일대 위덕대는 0.5%, 안동대 0.2%, 계명대는 0.06% 수성대 등 대부분 전문대도 동결했다.
특히 계명대는 반값 등록금 열풍이 일던 2012학년도에 5%를 시작으로 소폭이지만 3년 연속 인하하는 등 최근 6년간 동결 내지 인하했다. 경북대도 2009학년도부터 3년 연속 동결에 이어 2012학년도부터 3년 연속 인하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들이 등록금을 상징적이지만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은 정부가 등록금 인하 여부와 자체 장학금 지급규모 등 자구노력에 따라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Ⅱ유형 때문이다.
2013학년도 경북대의 국가장학금 Ⅱ유형 금액은 총 94억5,000만원. 만약 지난해 등록금을 10원이라도 올렸다면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금액이다. 올해 0.5% 인하로 인한 등록금 손실 규모는 총 3억원 내외로 국가장학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다른 대학도 학생 수와 자구노력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영남대 계명대 대구대 등 규모가 큰 대학들은 국가장학금 Ⅱ 규모는 연간 수십억원에 이른다.
대학 측은 "문제는 국가장학금이 학생들에게 직접 가는 것이어서 대학 운영이란 측면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데 있다"며 "연봉인상이 없어도 호봉승급 등 자연증가분이 있어 재정운용 효율을 높여도 한계가 있다"고 울상이다.
그 동안 적립금을 많이 쌓아 둔 대학은 그나마 낫지만, 적립금이 별로 없는 일부 사립대와 아예 없는 국립대는 비상이다. 비용절감 때문에 지역 일부 대학은 복도 등을 모두 끄는 바람에 대낮에도 컴컴할 정도다.
경북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아무리 재정이 어려워도 등록금 인상은 상상하기 어려운 만큼 경상비와 홍보비 등 예산절감과 신규 사업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며 "학생ㆍ학부모 부담을 줄이면서 동시에 대학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국가차원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립대 관계자도 "대부분 사립대 재단은 설립 당시 출연금 대부분이 학교부지 등의 형태로 들어가는 바람에 재정능력이 거의 없다"며 "이런 식이면 부실대학은 물론 정상적인 대학도 우수교원 확보나 교육환경 개선이 어려워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