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춘제(春節ㆍ중국의 설) 아침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으로 전투기를 발진시켜 외국 군용기를 쫓아냈다. 그러나 동중국해에 이어 남중국해에도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것이란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선 부인했다. 미국은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추가 선포할 경우 군사적 대응을 바꿀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해군 동해함대가 지난달 31일 오전 9시 35분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에서 일본 전투기를 발견한 뒤 수호이-30 전투기 2대를 출동시켜 추적 비행을 했다고 중국해군망(中國海軍網)이 전했다. 중국 전투기와 일본 전투기는 이날 서로 급상승, 급강하, 좌우회전 등을 하며 공중 대응전을 펼쳤다. 결국 일본 전투기는 방향을 돌려 떠났고 중국 전투기 편대도 낮 12시 23분 부대로 돌아왔다. 중국이 춘제 연휴 첫날(1월31일~2월6일) 전투기 출격 사실을 공개한 것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사수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연휴 기간 군 경계 근무 태세를 과시하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중국은 그러나 남중국해는 달리 대응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일 "중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들에 대해 공중 안전 위협을 느낀 적이 없다"며 "중국이 조만간 남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하려 한다는 일본 우익 세력의 주장은 국제적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자신의 평화 헌법 수정과 군 확장 계획을 덮으려는 것으로 속셈이 정말 음흉하다"고 비난했다. 이는 일본 아사히신문이 지난달 31일 중국이 남중국해 거의 전역을 덮는 구역을 방공식별구역으로 설정하는 것을 본격 검토중이라고 보도한 것을 전면 부인한 것이다. 훙 대변인은 또 "우리는 일본 우익 세력이 사익을 위해 유언비어로 군중을 속이고 긴장을 과장하지 말 것을 정중하게 요구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이 이처럼 동중국해와 달리 남중국해에 대해서는 유화적으로 대응하고 나선 것은 전선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남중국해와 황해까지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경우 주변국 반발을 초래, 자칫 중국만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의 반대도 무시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에반 메데이로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아시아에서 또 다시 방공식별구역 선포에 나선다면 미군은 이 지역에서의 군사 태세를 바꿀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또 "동아시아 주요 국가 중 미국과 이익 및 가치를 공유하며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첫 번째 국가를 꼽으라면 일본"이라고 말했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도서를 포함한 남중국해 상공에 새롭게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는 어떠한 조치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추가 선포는 긴장을 유발하는 동시에 영토 분쟁을 외교적으로 처리하겠다는 중국의 약속에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도발적이고 일방적인 행동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