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글로벌 비즈니스에 차질을 빚고 있다. 최태원 그룹회장의 부재로 인해 최근엔 멕시코 자원개발투자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멕시코는 작년 말 원유탐사에서 정제, 석유화학제품생산에 이르는 자원개발사업 전반에 걸쳐 해외기업들의 참여를 허용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BP, 엑손모빌 등 글로벌 에너지개발 기업들은 시장선점을 위해 이미 최고위급 경영진들이 직접 나서 현지에서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SK그룹은 진작부터 멕시코 자원개발에 관심을 뒀음에도 불구, 최고위 레벨의 협상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신흥국 진출, 그 중에서도 자원개발이나 사회간접자본(SOC) 같은 초대형투자는 현지 최고위층과 긴밀한 협상을 통해서만 성사가 가능하다"면서 "총수가 직접 뛰고 직접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남미나 동남아지역은 정부 주도로 자원, 도로, 도시개발이 동시에 이뤄지는 만큼, 잘 하면 여러 개 사업권을 함께 따낼 수 있다. SK도 페루 터키 등에서 지금까지 최 회장이 직접 나서 해당국 수뇌부와 장기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에너지, 건설, IT 등이 동반 진출하는 '패키지딜' 전략을 고수해왔다.
멕시코는 셰일가스 매장량 세계 3위를 비롯해 에너지자원이 풍부한 국가. 그간 에너지개발 사업은 국영기업 PEMEX가 독점했는데 지난해 말 멕시코 정부가 외자유치를 위해 해외 기업에 시장을 개방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은 PEMEX와 합작 형태로 진출이 가능해졌다. 더구나 멕시코는 막대한 매장량과 달리 원유 정제나 제품화 기술이 떨어져 석유제품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했기 때문에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은 원유 생산에서 제품화까지 현지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뤄 수익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
SK그룹 역시 석유제품 생산공정 전 부문을 현지에 구축하겠다는 목표. 이를 위한 자금력과 기술력은 이미 갖춰졌다. SK이노베이션은 2011년 브라질 원유 생산ㆍ탐사 광구를 덴마크 머스크오일에 매각해 약 24억 달러의 자금을 마련했고 2010년엔 페루에서 천연가스 유전을 개발한 뒤, 이를 액화천연가스(LNG)로 가공해 북미지역에 수출하는 성과도 거뒀다. 멕시코도 SK의 이 같은 기술력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판중인 최 회장의 부재로 멕시코 프로젝트는 더 이상 한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중남미는 20년 가까이 공을 들여온 지역인데 기술이나 투자여력이 있어도 최종 추진동력을 낼 수 없는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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