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햇살 아래 마른 낙엽 졸고 있다
한 점 물기 없이 다 증발한 무심한 빛
늪으로 오도카니 앉은
허연 강의 빈 껍질
흘려보낸 깊이만큼 하염없는 흐린 눈은
한 생애 굴곡 굽이 어드메쯤 멈췄을까
담장 위 까치밥보다
더 작게 웅크린 강
서태수는 1948년 김해 출생으로, 1991년 시조문학의 추천으로 등단한 시인이자 수필가. 2005년 문학도시 수필 신인상, 2006년 한국교육신문의 수필부문에 당선됐다. 낙동강 연작 시집 '물길 흘러 아리랑', '강, 물이 되다', '사는 게 시들한 날은 강으로 나가보자'와 수필집으로 '부모는 대장장이'가 있다. 성파시조문학상, 청백리문학상, 낙동강문학상, 부산수필문학상, 녹조근정훈상을 수상했다.
해설 한적한 시골, 초겨울 양지바른 담장 아래 웅크린 노인의 모습이다. 긴 생애 모든 것을 소진하고 껍질만 남았다. 무슨 상념에 젖었을까. 어린 시절 호랑이보다 무섭던 일본 순사일까. 6.25전쟁의 포성일까. 가난한 농경시절 어린 자식들의 배곯던 모습일까. 도회로 떠난 자식들일까. 어쩌면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무심히 앉았을지도 모르겠다. 숱한 고난을 넘어 노령에 이른 노인들. 어두운 시대를 힘겹게 살아와서는 이제 곧 한 줌 부엽토腐葉土로 돌아가실 부모님들이다. 그러나 지금은 핵가족 시대. 곳곳에 웅크린 노인의 현실을 강물의 이미지와 결합하여 민족 전통양식인 시조에 잘 갈무리 되어 있다. 그리고 시조의 보법이 매우 안정적이고 단아하다, 또한 이 詩의 화자는 맑은 시선으로 사물들의 이면과 각각의 내력들이 견고한 미학 속에 감미롭게 곰삭아 있다. 성군경ㆍ시인
한국일보 대구경북본부는 2월부터 생활문학의 저변확대를 위해 매달 한 차례 '이 달의 시'를 게재합니다. 국내 유력 시인들로 구성된 시 해설 위원회가 시 선정 및 해설을 담당하며, 위원장은 대구 지역 향토 시인인 성군경 시인, 고문 서태수 시인, 위원 제왕국 안종준 문재철 김인강 김연창 시인 등을 위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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