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연구진이 쥐 실험을 통해 성숙한 체세포를 다양한 조직이 될 수 있는 만능줄기세포로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유전자 조작이 필요한 유도만능줄기(iPS)세포와 달리 체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담그는 간단한 방식이어서 유전자 치료 연구에 있어 획기적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본 고베(神戶)의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은 지난달 30일자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논문을 싣고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생후 1주일 된 쥐의 임파구(백혈구의 일종)를 약산성 용액에 30분간 담갔다가 배양했더니 세포의 7~9%가 일주일 내에 만능줄기세포로 변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자극촉발만능(STAP)세포라고 명명한 이 세포를 쥐에 이식한 결과 신경, 근육, 장기 등 다양한 세포로 분화했다. 연구를 주도한 오보카타 하루코(小保方晴子·30) 박사는 28일 기자회견에서 "인간 세포에도 적용될 경우 장기·조직 재생, 암 억제 등 새로운 의료기술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만능세포를 만드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체세포에서 떼어낸 핵과 핵을 제거한 난자를 결합해 배아줄기(ES)세포를 만드는 방법으로, 지난해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교수가 실험 성공을 알리는 논문을 발표했다. 황우석 박사가 2004년 세계 최초로 ES세포를 배양했다는 허위 논문을 발표한 지 9년 만이다. ES세포 배양은 그러나 성공률이 낮고 난자 파괴로 생명윤리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인 iPS세포는 체세포에 4가지 유전자를 주입해 만드는 것으로,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일본 교토대 교수가 2006년 개발했다. 세포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윤리적 문제에서 자유로운 반면 체내 이식 때 암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STAP세포는 iPS세포보다 배양 절차가 간단하고 성공률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iPS세포와 ES세포와 달리 태반으로도 분화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STAP세포 배양법이 인간 세포에도 적용될 경우 병든 조직을 재생하는 맞춤형 치료가 가능할 전망이다. 크리스 메이슨 영국 런던대 교수는 "iPS세포를 이용한 노안(老眼)치료를 예로 들자면 세포 배양에만 10개월이 걸리고 비용도 엄청나다"며 "STAP치료가 임상에 활용될 수 있다면 치료 기간ㆍ비용에 획기적 절감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갓 태어난 쥐에 한정된 실험이고 STAP세포의 발현 구조가 해명되지 않은 점은 한계다. 교도통신은 이번 실험에 참여했던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STAP세포로 척수 손상을 입은 원숭이를 치료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실험을 주도한 오보카타 박사가 무명의 젊은 여성 학자라는 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와세다대 응용화학과를 나와 2011년 하버드대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지난해 봄 네이처에 STAP세포 관련 논문을 투고했다가 "생물세포학 역사를 우롱하는 논문"이라는 이유로 게재를 거절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보카타 박사는 기자회견에서 "미국 유학 중 STAP세포를 처음 배양한 뒤 실험으로 입증하려 했지만 주변에서 '실수로 얻은 결과'라며 믿어주지 않아 힘들었다"며 "그러나 사람에게 반드시 도움이 될 기술이라는 신념으로 방대한 데이터를 보완해 네이처에 다시 투고했다"고 회고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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