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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끝없는 변이… 그 흔적을 추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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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끝없는 변이… 그 흔적을 추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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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02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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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인플루엔자 비상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고 있고 병원에는 독감 환자가 북적거린다. 인류가 바이러스와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지 못하는 이유는 바이러스의 변이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서로 유전자를 섞어 새로운 바이러스로 끊임없이 변신하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어떻게 이런 능력을 발휘하는 걸까.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의 새 변이가 최근 확인됐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유전자 유형의 노로바이러스가 발견된 것이다. 이 변이를 찾아낸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팀은 2004~2007년 설사 증상으로 입원한 다섯 살 미만 아이들의 분변에서 노로바이러스를 골라 유전자 유형을 확인했다.

노로바이러스의 유전자는 크게 GⅠ~GⅤ의 다섯 유형으로 나뉘며 유형마다 여러 변이가 존재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노로바이러스의 변이는 150가지 정도 된다. 사람은 다섯 유형 중 GⅠ과 GⅡ에 주로 감염된다. 그 중 GⅡ-4형이 가장 잘 감염되고 변이 수도 많다.

그런데 백 교수팀이 찾아낸 변이는 GⅡ-12/13형이었다. GⅡ-12와 GⅡ-13의 유전자가 섞여 있다는 의미다. 백 교수는 "새 변이의 출현으로 과거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됐던 사람도 다시 감염될 위험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GⅡ-4형에 감염돼 면역력이 생겼어도 GⅡ-12/13형이 몸에 들어오면 면역체계가 이를 다른 바이러스로 여겨 면역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숙주에 들어간 바이러스는 세포 밖에선 무생물과 비슷한 입자 상태로 존재한다. 그러다 세포 안으로 들어가면 유전자가 같은 바이러스를 계속 만들어낸다. 이때 유전자 순서를 잘못 배열하거나 다른 바이러스끼리 유전자가 섞이면(재조합) 원래 바이러스와 다른 유전자의 바이러스가 생길 수 있다. 변이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역시 같은 과정을 거치며 변이가 생겼다. 과학자들은 조류나 돼지, 사람 등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모여 유전자가 마구 섞일 것을 특히 우려한다. 이렇게 탄생한 변이는 여러 숙주를 다 감염시킬 수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런 변이가 정말 일어날지, 일어난다면 유전자 재조합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등은 예측이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바이러스 변이가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숙주에 침투해 병을 일으킬 수 있는 감염력이다. 감염되지 못하는 변이는 바이러스간 생존 경쟁에서 밀려 도태된다. 그러나 감염력 예측 역시 불가능하기는 마찬가지다. 어떤 변이는 특정 숙주를 감염시키고 다른 변이는 그렇게 못하는 게 무슨 차이에서인지, 바이러스들의 감염력이 왜 다른지 등은 과학자들도 알 길이 없다. 가령 H5N8형 AI 바이러스는 새에게는 치명적이지만 닭은 최근에야 감염시켰다. 사람이 감염된 사례도 세계적으로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사람에 대한 감염력을 예측하기 어려우니 환자가 발생한 뒤에야 바이러스가 감염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백신은 그때 부랴부랴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해 만든다. 인플루엔자나 로타바이러스(영ㆍ유아 장염의 원인) 백신 등은 이렇게 해서 개발됐다.

그나마 백신을 만들 수 있는 바이러스면 다행이다. 노로바이러스는 여태 백신을 만들 생각을 못했다. 백신 연구를 하려면 실험실에서 바이러스를 사람이나 동물 세포에 주입해 증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노로바이러스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증식이 안 된다. 백 교수는 "사람 유전자를 일부 갖고 있는 쥐(휴머나이즈드 마우스)에 노로바이러스를 투여했더니 바이러스가 증식하고 쥐가 설사 증상을 보인 사실을 최근에야 확인했다"며 "아직 공식 발표하진 않았지만 (앞으로 노로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위한) 유망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덕분에 성공적으로 통제된 대표적 바이러스로 과학자들은 천연두를 든다. 천연두 바이러스는 증식할 때 RNA가 아니라 DNA를 사용한다. DNA는 RNA보다 안정돼 있어 재조합이 덜 활발하다. RNA 바이러스는 백신에 맞서 또다시 새 변이를 만들지만 DNA 바이러스는 변이가 훨씬 적다. DNA 바이러스는 백신의 효과가 그만큼 클 수 있다. 실제로 천연두 바이러스의 유전자 유형은 한 가지뿐이다.

변이가 적은 RNA 바이러스도 백신으로 억제할 수 있다. 홍역과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좋은 예다. 둘은 변이가 각각 하나와 둘로 알려져 있다. 예방 접종만 잘 하면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면역 체계가 잘 싸워낼 수 있다. 반대로 예방 접종을 안 한 몸에 홍역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면역력이 없어 거의 100% 감염된다.

하지만 RNA 바이러스 대부분은 파악 조차 어려울 만큼 다양한 변이를 만든다. 특히 인플루엔자는 변이가 워낙 많다 보니 한해 동안 유행할 변이를 예측해 매년 다른 백신을 만들어야 한다. 획기적인 기술 진보가 없는 한 인류는 지금까지처럼 변이의 행적을 추적하며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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