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마음먹은 건강계획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으려면, 금주나 금연과 같은 나쁜 습관 버리기, 주 5회 운동하기나 10kg 몸무게 줄이기 등 구체적으로 가능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어떤 상태를 건강이라고 하기에, 이런 몇 가지 방법만으로 건강할 수 있을까? 건강함이란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고 의외로 단순하고 보편적으로 정의된다. 자기표현을 하지 못하는 신생아나 영아의 건강상태를 알아보는 척도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인데, 어른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일상에서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출한다면 건강한 사람이다. 그런데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출하는 것을, 보통은 몸에 좋은 것을 골라 먹고,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침대에서 자고, 시원하게 싸는 것으로 생각한다.
'먹는 음식이 약이 되게 하라'고 히포크라테스가 말했지만, 사실은 좋은 것만 골라 먹는다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적절하게 먹고, 먹지 말아야 할 때 안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엇을 먹느냐보다는, 제시간에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과식하지 않도록 하며, 특히 늦은 밤에 먹지 않아야 한다. 잠이 보약이라 하는데 실제 편안한 깊은 잠은 활력과 에너지를 준다. 그런데 식사와 마찬가지로 잠도 시간을 맞추어 제때 자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생체리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정에서 새벽 4시 사이에는 잠들어 있는 것이 좋다. 이 시간에는 장기들의 휴식과 세포의 재생이 이루어지며,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이 집중적으로 분비되기 때문이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는 빛과 소음을 완전히 차단하고 자기 전에는 TV 시청이나 스마트폰 사용을 말아야 한다. 또 잠깐의 낮잠은 괜찮지만, 30분 이상 혹은 오후 3시 이후의 낮잠은 숙면을 방해한다.
노폐물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행위에는 신체의 대사과정에서 발생한 결과물인 소변을 누는 '배설'과 소화되고 남은 음식물 찌꺼기인 대변을 누는 '배출'이 있다. 하루에 대변은 한번 200g 정도로 1회 배출하고, 소변은 한번에 300cc 정도를 6~8회 배설한다. 소변은 대부분이 물이고 대변의 70%도 수분이지만, 가장 큰 차이는 소변에는 세균이 없고 대변에는 음식물 분해에 필요한 수많은 장내세균이 포함되어 있다. 배변이나 배뇨는 일정량이 차게 되면 자율신경에 의해서 직장과 방광의 수축이 반사적으로 일어나는데, 대뇌에서 이를 제어하여 화장실에 갈 때까지 참게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적으로 화장실에 가지만, 중요한 것은 특정시간에 맞춰 가는 것이 아니라 규칙적으로 배뇨와 배변을 하는 것이다.
흔히들 먹고, 자는 데에는 많은 신경을 쓰지만 대ㆍ소변을 누는 데는 소홀하기 쉽다. 그런데 먹고 자고 싸는 기본적인 생체활동은 각각 독립적인 기능이 아니라 함께 연관되어 있다. 밤늦게 음식을 먹게 되면, 소화기관이 이를 처리하기 위하여 계속 움직이게 되어 수면을 방해하게 된다. 신장도 밤에는 활동량을 줄여 밤새 300cc 정도의 소변만을 만들게 되어 깨지 않는데, 야식을 먹게 되면 결국 만들어지는 소변량이 늘어 화장실을 가기 위해 깨어나게 된다. 이런 야간빈뇨는 숙면을 방해하게 되고 밤새도록 쉬지 못하는 신장은 피로가 누적된다. 잘 싸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평소 물을 조금씩 자주, 충분히 마시되 자기 전에는 삼가야 한다.
뉴욕시장을 12년 동안 역임하고 퇴임한 블룸버그는 작년 여름 라디오에서 '일을 하기 위해, 웬만하면 화장실 가는 것도 참는다.'라고 얘기했다가 비난을 받았다. 아마도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도 아끼라는 의미였겠지만, 비뇨기계 건강 면에서는 커다란 실언이다. 많이 마렵지 않으면서 화장실에 가서 앉아 있는 것도 분명히 좋지 않다. 하지만 대변이든 소변이든 억지로 참게 되면 방광, 전립선 등의 골반 근육이 경직되고 긴장되어 골반건강에 좋지 않다. 설날도 또 다른 한 해의 시작이니 오늘부터라도, 건강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시간 맞춰 '적절하게 먹고' '편안하게 자고' '제대로 배출하는' 습관을 지니도록 노력해 보자.
심봉석 이화의대 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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