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풍수지탄(風樹之嘆)이군요”
손님과 상담할 때 메시지를 길게 늘어 놓으면 헷갈릴 뿐만 아니라 의사전달도 잘 되지 않는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광고 카피-신문 제목-사자성어에 관심이 많다. 이들 모두 언어의 함축성이 있어 사람들에게 관심을 잘 끌 뿐만 아니라 기억도 오래한다.
얼마 전 A사장에게 사자성어를 활용해서 효과를 많이 봤다. A사장은 오랜 단골인데 고생고생하다 50 줄에 접어들면서 인생이 펴 지금은 살 만하다. 그는 어려울 때와 마찬가지로 잘나갈 때 역시 주기적으로 찾아와 상담도 하고 식사도 하고 간다.
교외의 한적한 식당서 식사를 한 후 낙엽이 수북이 쌓인 벤치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A사장의 표정이 심상찮다. 편안해 보이지만 뭔가 초조한 것 같고, 웃고 있지만 어두운 그림자가 실루엣처럼 깔려 있다.
“마음이 풍수지탄(風樹之嘆)이군요.”
“어머니 말씀입니까? 새 사업 말씀입니까?”
“역시 눈치가 빠르네. 둘 다입니다.”
풍수지탄은 ‘나무가 고요하고 싶으나 바람이 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려운 문자를 썼는데 안동의 양반 자손인 A사장은 한자에 조예가 깊어 그 뜻을 금방 알아 차렸을 뿐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메시지도 이심전심으로 꿰뚫고 있었다.
이제 좀 살 만해 어머니에게 효도를 하고 싶으나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나 성공은 무용지물이 되었다. 생전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한이 수시로 A사장을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는 길일을 잡아 A사장의 어머니 혼을 부르는 굿을 하여 모자를 상봉시켜 대화하면 한을 어느 정도 풀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새 사업이다. A사장은 수도권 신도시 자신의 땅에 상가를 지어 분양할 사업을 구상 중인데 건설 경기가 워낙 불황이라 계속 미뤄 왔다. 건설경기를 살리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라 답답하다. 무슨 일이든 여건이 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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