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감독들의 자진사퇴 소식이 잇달아 날아왔다. 지난 1일 이충희(55) 원주 동부 감독이 자진 사퇴했고, 앞선 1월27일 김동광(61) 서울 삼성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이유는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이다.
동료 감독들은 이충희 감독이 물러난 것에 대해 아쉬움 가득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한국 농구가 배출한 간판 슈터 출신이자 불세출의 스타플레이어로 이 감독과 늘 비교되곤 했던 허재(49) 전주 KCC 감독은 2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스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마음이 아프다”며 “감독 자리가 성적이 안 나면 참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 연락은 못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그 때 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추일승(51) 오리온스 감독 또한 “계약 첫 해인데 믿고 기다려줬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지고 싶은 감독이 어디 있겠나. 상황이 안 풀리면 정말 뭘 해도 안 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추 감독은 이 감독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동부는 올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 가운데 한 팀으로 꼽혔다. 김주성-이승준-허버트 힐로 이어진 트리플 타워를 구축한데다 국가대표 포워드 윤호영까지 상무에서 전역하는 시즌이었다. 그러나 초반부터 악재가 겹쳤다.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1순위 출신인 힐은 태업 논란에 휩싸였고, 간판 김주성은 체력 저하로 잦은 부상을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이승준마저 지난달 아킬레스건 파열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 결과 한 시즌에만 두 차례나 긴 연패(12연패, 14연패)에 빠지는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였다. 차갑게 돌변한 일부 팬들은 원주 홈 경기에 이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까지 내걸었다. 이 감독은 결국 성적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번 시즌 전 3년 계약을 했지만 1년도 채우지 못하고 코트를 떠났다.
현역 시절 최고의 슈터로 명성을 떨쳤지만 이 감독은 지도자로서 한계를 나타냈다. 강동희 전 감독의 승부조작 혐의로 동부 새 사령탑에 오른 이 감독은 2007년 대구 오리온스 감독을 맡았지만 팀 성적은 곤두박질쳤고, 취임 7개월 만인 그 해 12월 중도 사퇴했다. 1997∼2000년 창원 LG 감독을 맡았을 때는 1997~98 시즌 정규리그 2위 등 좋은 성적을 냈지만 계약 마지막 해인 1999-2000 시즌 7위로 추락하며 재계약에 실패했다. 그의 프로 감독 통산 성적은 86승115패다.
후임 감독을 선임할 때까지 잔여 시즌을 김영만 코치의 감독 대행 체제로 치르기로 한 동부는 이날 첫 경기에서 부산 KT에 65-77로로 패해 연패가 ‘14’까지 늘었다. 지난달 29일 군 복무를 마친 윤호영이 가세해도 침체된 분위기는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인다. 시즌 성적은 9승32패로 여전히 최하위에 머물렀다. 전주=김지섭기자
한국스포츠 전주=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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