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대장’ 이호준(38ㆍNC)은 프로 21년 차다. 팀 내 야수 가운데 최고참으로 조카뻘인 후배들과 함께 땀을 흘리면서 훈련 분위기까지 띄우느라 바쁘다. 베테랑은 대개 경기에 집중하고자 주장직을 고사하지만 이호준은 2년 연속 중책을 맡았다.
그는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아우른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재치 있는 입담은 선수들간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문다. 게다가 올 시즌은 베테랑들의 대거 합류로 어린 선수들이 더욱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드는데 신경 쓰고 있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많은 나이차에도 형, 동생으로 지낸다. 그러나 그라운드 안에서만큼은 예의를 중시한다. 프로 선수의 자세 때문이다. 이호준이 평소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철칙이 있다. 이는 바로 공수교대 시 전력 질주, 큰 점수차가 날지라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기, 동료가 실책을 하더라도 격려하기 등이다. 팀을 하나로 만들고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이호준은 “지난 시즌 초반 우리가 엄청 못했을 때도 경기가 끝나면 기립박수를 보내준 팬들”이라며 “그래서 선수들이 지든, 이기든 다이빙 캐치를 하고 허슬 플레이를 하는 등 패기 있는 플레이로 보답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 팀들은 승부가 기울어지면 주전을 빼고 후보를 넣지만 우리는 그런 경계가 없다. 모든 선수가 베스트 멤버라는 생각으로 끝날 때까지 이를 악물고 뛰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호준은 지난 시즌 4번 타자로 126경기에 나가 타율 2할7푼8리에 20홈런, 87타점을 올렸다. 또 득점권 타율은 3할5푼8리로 유독 찬스에 강했다. 이를 두고 회춘했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이호준은 올 시즌 목표를 단지 ‘지난해처럼만 하자’는 것으로 세웠다. 후배들이 어렵게 만든 기회를 어떻게든 살리고 싶은 생각뿐이다. 김지섭기자
한국스포츠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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