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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사회적 비용 너무 크다" 기업 채용제도 재검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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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사회적 비용 너무 크다" 기업 채용제도 재검토 목소리

입력
2014.01.2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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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뒤처진 대규모 공채짧은 시간에 채용가능집단적 교육 등 장점 불구 획일적 잣대 맞추려는고비용 스펙 경쟁 유발글로벌 기업들의 수시 채용홈피엔 항상 모집 공고인사팀 아닌 해당부서가 필기시험 대신 심층면접

대기업들의 '고비용 채용'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새 채용제도가 '대학서열화'역풍으로 무산됐지만, 차제에 획일적 잣대와 높은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는 현행 채용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공통적으로 ▦봄 가을 연 2회 모집 ▦개별 기업 아닌 그룹 단위 공개채용 ▦서류전형→필기시험→면접의 3단계 전형 등을 골자로 한 대졸신입사원 채용방식을 택하고 있다. A대기업 인사담당자는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이 똑같은 시기에 똑같은 방식으로 신입사원을 뽑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제도의 원형 격인 일본기업조차 점차 채용방식을 다양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수십 년 된 틀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대규모 공채는 ▦짧은 시간에 대규모 인원채용이 가능하고 ▦집단적 교육 및 연수를 통해 전 사원이 기업가치를 공유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회가 다원화되고 기업들도 글로벌화된 지금 시점에서 대규모 공채는 '수명'을 다해가고 있다는 게 대부분의 인사전문가들 시각이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노사인력팀장은 "한꺼번에 대규모 공채를 하려면 객관적 선발잣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스펙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취업 준비생들은 엄청난 시간과 돈을 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취업과외 논란까지 낳았던 '삼성고시'현상도 그 결과이며, 다른 그룹들도 크든 작든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글로벌 기업들은 처음부터 수시채용을 원칙으로 해왔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항상 분야별 모집공고가 떠있고, 원서를 접수하면 회사측에서 검토를 통해 인터뷰 통보가 오게 된다. 필기시험은 아예 없고, 대신 심층면접이 진행된다. 전체 채용과정을 주관하는 건 인사팀이 아니라 해당부서다.

대표적인 경우가 구글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업 부서장이 직접 면접위원을 구성해 적게는 4단계, 많게는 8단계의 다단계 심층면접을 진행한다. 이를 통해 해당직무에 적합한 사람인지를 가려내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국계기업 관계자는 "자기소개서나 필기시험으로 인재를 가려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아닌가"라고 말했다.

새로운 채용제도의 핵심은 ▦채용방식의 다양성과 ▦필요 인력을 가려낼 수 있는 변별력 ▦사회적 비용해소다. 공개채용을 하든 수시채용을 하든, 필기시험을 보든 면접만 하든, 다양한 채용방식이 공존해야 하며, 그럼으로써 '고비용구조'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B사 관계자는 "사실 다른 대기업들도 삼성과 비슷한 고민을 해왔고 어떻게든 현행 채용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면서 "대학서열화 논란에 가려져서 그렇지 결국 중요한 건 채용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봉환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번 삼성 채용제도 논란으로 다른 기업들도 채용에 대한 같은 고민과 부담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본다"며 "차제에 좀 더 개선된 채용문화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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