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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넘게 이어진 마을의 합동세배… "경로효친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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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넘게 이어진 마을의 합동세배… "경로효친 실천"

입력
2014.01.2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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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대관령 아래 시골 마을인 강원 강릉시 성산면 위촌리에 모처럼 활기가 가득했다. 주민들은 마을 큰 어른에게 합동세배를 올리는 전통 도배식(都拜式) 차례상을 준비하고, 두루마기를 비롯한 전통의상을 손질하는 등 눈코 뜰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10년째 이 행사를 준비를 맡고 있는 이석봉(72)씨는 "위촌마을 도배식은 율곡 이이(1536~84) 선생이 만든 서원향약에서 비롯돼 경로효친을 실천하고 마을 화합에 이바지하고 있다"며 "민속학계로부터 전국적으로 경로효친 사상을 몸소 실천하는 몇 안 되는 행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위촌리 도배식은 조선 중기인 1577년 마을 주민들이 대동계를 조직한 이후 지금까지 437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행사는 강릉지역 20여 개 마을 별로 열리는 합동 도배식의 근간이 됐다.

마을주민은 물론 출향인사들도 도포와 두루마기에 갓을 쓰고 촌장을 비롯한 마을 어른들께 합동세배를 올리는 것이 위촌리 전통 도배식의 특징. 촌장은 답례로 마을과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는 덕담을 하고 합동세배를 하면서 마무리한다. 요즘 세상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이색적인 장면이다.

예전에는 마을 큰 어른인 촌장과 종부가 도배식을 도맡았으나, 10년 전부터 마을주민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마을의 자랑거리인 전통문화를 다 같이 계승하자는 마음을 한데 모은 것이다.

위촌리 주민들은 내달 1일 오전 10시부터 마을 전통문화전승관에서 18대 촌장인 조규상(91) 옹에게 세배를 올리는 도배식을 가진다. 관광객과 취재진 200여 명이 이곳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마을 출신뿐 아니라 이 같은 아름다운 전통을 보여주기 위해 자녀들을 데리고 와 참여하는 외지인들이 최근 부쩍 많아졌다. 도배식이 경로효친 사상을 몸소 느끼는 산교육의 장인 셈이다.

위촌리 도배식에서는 넉넉한 인심도 느낄 수 있다. 주민들은 마을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떡국 등 갖가지 음식과 막걸리를 준비한다. 특히 황소 머리를 넣고 끓인 소머리 국과 문어 숙회는 강원 영동지방이 아니면 좀처럼 맛보기 힘든 음식들. 주민 최복수(72ㆍ여)씨는 "올해는 문어 값이 비싸도 우리 마을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넉넉히 준비했다"며 "웃어른을 공경하는 정신도 배우고 맛있는 음식도 배불리 먹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활짝 웃었다.

강릉=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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