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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월 30일] 하드파워 시대의 동북아와 한국

입력
2014.01.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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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를 논할 때 국가와 비정부기구를 포함한 다양한 국제사회 행위자들 사이의 '힘(power)'의 비교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이다. 전통적으로 '힘'에 관한 연구는 정치학을 중심으로 발전되어왔다. 그중 로버트 달의 '힘'에 관한 정의는 현재 대표적으로 많은 이들에 의해 인용되고 있다. 달은 1957년 그의 논문 '힘의 개념 (The Concept of Power)'에서 B가 하지 않았을 일을 A가 B로 하여금 하게 만들었을 때 A는 B에 대해 힘을 가졌다고 정의하였다.

1990년 조셉 나이는 '힘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다른 이의 행위를 변하게 하는 능력'이라 정의하고, 군사력과 경제력 등의 '하드 파워(Hard Power)'와 문화와 가치 등의 '소프트 파워(Soft Power)' 개념을 제시하였다. 나이는 국가의 힘은 고전적으로는 인구, 영토, 자원, 경제 규모, 군사력, 정치의 안정 등으로 평가되었으며, 특히 강대국의 힘은 전쟁에서의 강함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강대국들은 비교적 소수의 군대와 비용만으로 식민지를 경영하며 이익을 얻던 시대를 누렸다. 하지만 이후 국제사회는 강대국이 약소국을 상대해서도 하드 파워로써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비용은 높아지고 효율은 떨어지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주장하였다. 베트남에서의 미국,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소련 등이 대표적인 예들이다. 즉 국가들, 특히 강대국 들은 원하는 결과를 효율적으로 얻기 위해 강압적인 하드 파워보다 문화, 사상, 제도 등을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도 원하게 하는 소프트 파워를 사용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하지만 많은 현실주의 이론가들과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 등은 소프트 파워의 비효율성을 지적하며 결국은 군사력과 경제력 등을 통한 강압적인 하드 파워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비판적인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나이는 상황에 따라 하드 파워로 해결할 문제와 소프트 파워로 해결할 문제가 따로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하드 또는 소프트 파워 하나에만 의지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그는 이 둘을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능력을 강조했고 이를 '스마트 파워 (Smart Power)'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정의하였다.

이렇듯 장구하게 국제사회에서의 힘의 의미를 되짚어 본 것은 현재의 동북아 지역은 '하드파워 시대'의 양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과 무력 도발을 이어가며 김정은 체제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왜곡된 역사관 논란 속에서 '정상국가'를 외치며 군대의 보유와 군사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과 일본의 행위는 소프트 파워의 실리적 측면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미국과 중국 역시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동북아 지역에서 자국의 경제력은 물론 안보와 군사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즉, 한국의 주변에서는 하드 파워경쟁의 충돌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 외교 정책의 핵심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위한 한국 정부의 부단한 노력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동북아 상황에서 군사력과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이 신뢰와 평화의 주장을 펼친다면 주변국들의 원칙적인 동의 이외에 과연 얼마나 실질적인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미ㆍ중을 제외하더라도 핵무기 개발에 체제의 운명을 걸고 있는 북한, 마치 향후 미국의 영향력이 떨어진다면 독자적인 힘으로 중국과 맞설 준비를 하는듯한 일본에게 하드 파워의 받침이 충분치 않은 한국의 소프트 파워 중심의 주장은 순진한 접근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한국은 무엇보다 하드와 소프트 파워 증강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계획의 치밀한 실행에 집중할 때이다. 살아남기 위한 싸움이 진행되는 동북아에서 한국은 자신만의 계산법에 갇힌 것은 아닌지 한번은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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