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닭, 돼지 등 가축 사료에 첨가된 항생제가 인체에 치명적인 박테리아 감염 위험성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뉴욕타임스(NYT)는 가축에 사용되는 페니실린, 테트라사이클린 등 항생제 30종 중 18종이 사람의 박테리아 감염 질병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다는 내용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내부조사 문건을 28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농부와 목장 주인들이 제한된 공간에서 과밀 사육되는 가축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항생제가 첨가된 사료를 지속적으로 먹이면, 사육 공간 내에 서식하거나 가축에 기생하는 박테리아도 항생제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지고, 이런 환경에서 자란 가축을 섭취할 경우 인간에게도 결국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박테리아의 감염 위험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나머지 12종의 항생제는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해 인체에 끼치는 영향을 판단할 수 없었다. NYT는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박테리아는 사람에게 전염 등 각종 질병이 발생했을 때 일반 항생제를 통한 치료를 어렵게 하거나 심지어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 문건은 FDA가 2001~2010년 가축에 사용된 항생제의 유해성을 광범위하게 조사한 것으로, 시민사회단체와의 소송 과정에서 정보공개법에 따라 공개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매년 약 2만3,000명이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박테리아에 감염돼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의학계는 "축산업계가 항생제를 넣은 사료를 무분별하게 가축에게 먹인 것이 원인"이라는 입장이지만, 축산업계는 "병원 치료과정에서 발생한 문제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FDA는 1973년부터 축산업계에 항생제 사용이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입증할 것을 요구해왔다. 1977년에는 "사료에 항생제를 첨가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실제로 반영되지는 못했다. 그러자 2012년 시민사회단체들이 "FDA의 1977년 제안을 강제로 적용해야 한다"면서 소송에 이르렀다.
FDA는 2003년 항생제를 인체에 대한 위험성에 따라 세 종류로 분류, 고위험 항생제는 한번에 21일 이상 사용하지 못하고, 가축 무리 전체가 아니라 개별적으로만 사용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최근 FDA는 항생제 남용을 막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2012년에는 사람의 폐렴과 패혈증 인두염 치료에 사용되는 항생제이기도 한 세팔로스포린을 동물에 사용하는 것을 제한했고, 지난해에는 소, 돼지, 닭에게 무분별한 항생제 사용을 단계적으로 철폐했다. 하지만 아직 질병 치료 목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은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FDA는 "지난해 12월 의학적으로 중요한 항균물질 사용도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가축에 대한 항생제 사용 관행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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