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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닭을 묻다니… 보상이나 제대로" 농민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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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닭을 묻다니… 보상이나 제대로" 농민들 한숨

입력
2014.01.29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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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채로 땅속에 묻혀야 하는 닭한테도 못할 짓이고, 그런 닭을 묻어야 하는 사람한테도 못할 짓이죠. 이러다가 음성으로 판명되면 얼마나 안타까울지…."

29일 오후 수도권에서 처음으로 조류 인플루엔자(AI) 간이검사에서 '양성' 판정이 나와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된 경기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B축산 종계농장. 살처분 과정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던 인근 마을 주민들의 얼굴에는 AI 확산에 대한 불안과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주민들은 "정말 우리 마을에서 AI가 발병한 거냐, 설 연휴를 앞두고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며 한숨만 내쉬었다. B축산 농장 이웃에 살고 있는 김모(67)씨는 "평소 농장주가 꼭두새벽부터 (닭들을) 애지중지 키웠는데, 산채로 묻게 됐으니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냐"며 "남은 사람이라도 살수 있게 보상이나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했다.

망연자실 일손을 놓은 주민들과는 달리 경기도와 화성시 방역 관계자들은 살처분과 출입통제 및 차단방역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해당 농장 인근 도로는 차단 방역을 위한 소독제가 지속적으로 뿌려졌고, B축산 입구에는 '방역상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는 팻말과 출입통제 테이프가 둘러 쳐져 있었다. 농장으로 통하는 주요 길목에는 방역 통제초소가 설치돼 이동차량을 소독했다.

방역 당국은 굴삭기 2대와 공무원 60여명을 동원해 농장 인근 공터에 커다란 구덩이를 판 뒤 10톤짜리 정화조 15개 안에 닭 1만8,000여마리를 살처분했다.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침출수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B축산은 지난 28일 사육 중인 닭 1만8,000여마리 가운데 90마리가 폐사해 방역 당국에 신고했다. 간이검사 결과 '양성'으로 나와 방역당국은 즉시 예방적 살처분을 결정했다. AI 발생 이후 수도권 농장에 내려진 첫 조치로 경기 지역이 국내 최대 닭 산지인데다 닭은 오리보다 AI 확산 속도가 빨라 서둘러 살처분한 것이다.

B농장 반경 500m 안엔 가금류 농장이 없고, 3㎞ 내에 5만여마리를 키우는 닭 농장 1곳이 있으나 조사 결과 살처분 농가와 역학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은 B축산이 충남 당진에서 경기 안산 시화호로 이어지는 철새 이동 경로 상에 있어 철새에 의한 AI 감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수도권에 이어 경남 밀양에서도 AI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경남도는 28일 오후 10시40분쯤 밀양시 초동면 덕산리 조모(33)씨의 양계 농가에서 토종닭 70마리가 폐사해 AI 의심 신고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경남에서 가금류가 폐사한 것은 처음이다.

경남도는 해당 농가에 대한 정밀 조사를 의뢰했고, 의심신고 농가 반경 3㎞(위험지역)안에 있는 15농가 16만5,000마리의 가금류에 대해 이동제한 조치를 내렸다. 한편 간이검사에서 바이러스 양성반응이 나왔던 경남 창녕군 우포늪 철새 분변은 정밀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됐다.

밀양=이동렬기자 dylee@hk.co.kr

화성=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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