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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월 30일] 심야의 택시기사

입력
2014.01.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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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늦게 갑자기 갈 데가 생겨 급히 택시를 잡아탔다. 심야의 텅빈 거리를 달리는 동안에는 어쩔 수 없이 택시 안에 정적이 흐른다. 이럴 때 좋은 이야깃거리가 있어 기사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그 지루한 시간은 금방 지나가기 마련이다. 다행히 어젯밤에 만난 택시 기사님은 감동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자분자분 들려주었다. 기사님의 나이는 서른아홉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거의 내 또래인 셈이다. 그는 아내와 아이 둘과 함께 은평구에 산다고 했는데, 사업을 하다가 일이 잘 안 되어 택시를 몰게 되었다고 했다. 기사로 일한 지 4년째라고. 그런데 사납금을 채우고 받는 월급으로는 아무래도 생활이 어려워서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일을 마치고 회사에 돌아와서 남는 시간에 우연히 택시 회사 정비기술자의 일을 조금씩 거들어주게 되었단다. 그러면서 어깨너머로 정비 일을 배우게 되었고 결국 정비기술자격증 시험에 붙었다고 한다. 그것을 가상히 여긴 택시회사는 정비공으로 그를 채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는 다음 달부터는 자신이 몰던 택시 회사의 정비기술자로 보직이 바뀐다고 했다. 정비공 시험에 붙었다는 소식을 알렸을 때 아내가 울음을 터뜨렸다고. 그렇게 말하는 기사님의 자랑스럽고 뿌듯한 얼굴이 백미러를 통해 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얼마나 한가하게 사는지, 그의 아름답기까지 한 이야기를 듣고 새삼 깨달았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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