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후 죽 쑤던 수도권과 집값 상승한 지방 상황 다시 역전될 듯, 지방 단기 집값 급등에 물량 2~3배 공급 쏟아낸 후유증, 수도권 공급 급감과 전셋값 상승 따른 매매 전환 수요로 거래 활기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는 중소형 평형대 아파트 거래가 활발하다. 지난달 서울 강남과 여의도를 오가는 광역급행 버스가 신설되고 전용면적 85㎡(33평) 아파트 거래가격이 2억7,000만원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에도 못 미치자 젊은 부부를 중심으로 매입이 늘고 있다. 지난해 운정신도시 아파트 실거래 건수는 1,713건으로 전년(1,030건)보다 66% 급증했다.
#부산 해운대구의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한 A단지는 건설사와 조합원 간 갈등으로 입주가 지연되고 있다. 일반분양 물량(534가구)의 10% 정도만 분양돼 공사금액 4,000억원을 받지 못할 처지가 된 건설사가 지난해 10월 유치권을 행사해 조합원들의 입주를 막고 있어서다. 2011년 5월 분양한 이 단지는 해운대해수욕장이 보이는 뛰어난 입지에도 3.3㎡당 1,500만 원대의 적지 않은 분양가에다 부산 주택경기가 정점을 찍었다는 우려가 더해지며 파국을 맞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일로이던 수도권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의 주택 거래가 기지개를 켜면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과잉공급 여파로 지방은 집값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경기 희비가 엇갈릴 조짐이다.
29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의 3.3㎡당 아파트 매매가격은 2009년 1,228만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지난해 1,127만원까지 떨어졌다. 지방은 같은 기간 382만원에서 602만원으로 급등했다. 2007년 3.3㎡당 830만원이었던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 매매가격 격차는 525만원까지 줄었다.
하지만 최근 지방 부동산시장에 공급과잉과 주택경기 침체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해운대구를 중심으로 지방 집값 급등을 견인했던 부산이다. 부산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0, 2011년 연간 10% 이상 오르다 2012년 하락세(-1.14%)로 반전됐다. 2008~2010년 연 평균 1만1,624가구였던 아파트 공급이 2011년 2만7,954건, 2012년 2만2,865건으로 폭증한 영향이 컸다.
대구도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고점을 찍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대세를 이룬다. 지난해 집값 상승률은 무려 10.93%. 하지만 작년에 연간 평균 공급물량이 3배가 넘는 2만1,924가구가 쏟아지면서 집값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반면 수도권은 2007년 17만가구를 공급한 후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분양에서 발을 빼면서 2010년 이후 공급물량이 크게 줄었다. 연간 10만~12만가구 선이다.
물론 혁신도시개발과 정부 부처의 세종시 이전 등 지방 부동산시장에 호재가 여전한 것은 사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간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공급 과잉으로 대세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반면 수도권은 부동산 부양책과 전세난에 따른 젊은층의 주택 구입수요 증가, 공급 감소가 겹치면서 지속적으로 미분양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선임연구위원은 “곧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역전됐던 수도권과 지방의 주택경기가 재역전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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