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쏘나타'는 '국민차'였다. 준중형 급에 '아반떼'가 있다면, 중형승용차엔 쏘나타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실적을 보면 국민차 명성은 무색할 지경. 아반떼와 그랜저 사이에서 설 땅이 점점 더 비좁아지는 양상이었다. 일각에선 '쏘나타 시대는 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때문에 업계의 시선은 3월 말에 나올 신형 쏘나타에 집중되고 있다. 4년 6개월 만에 나오는 새 모델로, 과연 국민차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줄곧 국내 판매 1위 기록을 유지하던 쏘나타는 지난 2011년부터 준중형 아반떼에 1위 자리를 내준 상태. 여기에 중대형세단 그랜저의 드센 추격까지 받고 있다. 지난해 그랜저는 총 8만8,501대가 팔려 쏘나타(8만9,400대)의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상황이다.
소나타의 부진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장기간 새 모델이 나오지 않은 탓에, 소비자들이 식상해졌다는 점이 있다. 현 모델인 YF쏘나타의 디자인이 '너무 앞서나가는 바람에 대중성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입차들의 공세도 한몫을 했다.
일각에선 사회구조의 변화라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나타는 대표적인 중산층 자동차였다. 하지만 우리사회에 양극화, 중산층 붕괴현상이 빚어지면서 소나타도 기반을 잃었다"고 말했다. 기존 쏘나타 구매층 중에 좀 여유가 있는 그룹은 그랜저나 외제차로 갔고, 상대적으로 여유가 적은 쪽은 아반떼로 향하게 됐다는 얘기다.
때문에 새로 나올 쏘나타는 '국민차 복귀'여부를 가늠할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이란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만약 새 쏘나타마저 실패한다면, 이제 쏘나타는 '국민차'위상을 영원히 회복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신형 쏘나타는 쏘나타(1985년)→쏘나타(1988년)→쏘나타2→EF쏘나타→NF쏘나타→YF쏘나타로 이어지는 세대별 모델 가운데 7세대다. 개발은 완성됐으며 현재 막바지 성능시험이 한창인데, 무엇보다 디자인에 가장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한 소식통은 "기아차 수석디자이너였던 피터 슈라이어를 지난해 현대차그룹 디자인 총괄 사장자리로 발령한 것도 '쏘나타 재건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며 "신형 쏘나타의 디자인은 너무 과격했다는 평가를 받는 현 모델보다 무난한 디자인으로 만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성능 등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은 "과거 수입차들과 경쟁은 제네시스급 차량들의 몫이었지만 수입차 가격이 내려오면서 이젠 쏘나타도 수입차와 맞붙어야 하는 만큼 예전과는 다른 수준의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쏘나타가 갖은 대중성을 감안할 때, 일단 출시되면 상당한 폭발력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서성문 전문위원은 "최근 3년간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점하고 있는 아반떼와 2011년 출시된 그랜저의 신차효과도 약해질 것을 감안하면 쏘나타의 1위 등극은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로망'으로까지 불렸던 옛 명성을 100%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무엇보다 도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혼다 어코드, 폴크스바겐 파사트 등 수많은 글로벌 베스트셀러와 경쟁해야 하고, 부분적으론 같은 현대차 브랜드의 아반떼 그랜저와도 경쟁해야 하는 등 기본적으로 경쟁환경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송상문 교보증권 전문위원은 "소득증가와 함께 그랜저의 브랜가치가 쏘나타를 능가하는 수준이고 수입차 구입을 고려하던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도 고급옵션들이 많은 그랜저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쏘나타가 국내 판매 1위 타이틀은 되찾을지 몰라도 수입차와 그랜저 등 고급 차량 수요 증가로 예전 같은 절대적 영화를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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