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이 안으로 파고들었네요. 제가 깎아드릴게요."(SBS '자기야-백년손님'의 함익병)
"주환아, 엄마 아빠는 컵에 뭘 따라 먹든? 거품이 났어 안 났어?"(SBS '오! 마이 베이비'의 임현식)
"혼자 살면서 먹는 건 잘 챙겨 먹어야지. '먹방'은 내가 원조야."(MBC '나 혼자 산다'의 김용건)
지난해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 시니어 배우들과 유럽, 대만을 함께 떠난 여행은 즐거웠다. tvN '꽃보다 할배'는 2월 초 여행지를 스페인으로 정하고 나영석 PD와 이우정 작가는 그 세 번째 이야기를 준비 중이다. '꽃보다 할배' 시즌1 방송에 앞서 나영석PD는 "'과연 이들의 그림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라는 자문을 먼저 했다"며 "그러나 노배우들의 모습이 한 화면에 담기자 강한 설렘과 감동이 전해졌다"고 말한 바 있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60대 이상 남자 배우들의 배합은 그렇게 성공을 거뒀다. 이들의 여정은 앞으로도 많은 관심이 간다.
'꽃보다 할배'의 흥행 성공은 중·장년층 남성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본격적으로 출연하는 물꼬를 텄다. 여행을 떠나거나 가족 간의 일상을 보여주고, 혼자만의 공간을 드러내는 등 그간 보이지 않았던 중·장년 남자들의 세계가 한꺼번에 공개되고 있다. 덕분에 예능 프로그램에서 소외됐던 중·장년 남성 연예인들에게도 출연의 기회가 생기면서 이들에게 '제2의 전성기'를 안겨주고 있다.
MBC '나 혼자 산다'는 싱글남들의 비밀 공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금요일 밤 9%대의 시청률로 안착했다. 첫 회부터 고정출연자로 등장한 배우 김광규(47)는 40대 남성의 가치관이나 생활관, 결혼관 등을 대변하는가 하면, 어머니를 위해 집을 마련하는 효심, 후배들을 챙기는 따뜻함 등 소소한 모습들을 그려낸다. 배우 김용건(68)도 멋있는 싱글 라이프를 즐기는 60대를 보여준다.
MBC 관계자는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60대가 혼자 식사 준비를 하거나 직접 와이셔츠를 다리는 모습이 전파를 타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았다"며 "맞벌이 부부가 늘고 성 역할이 다양해지면서 금기로 여겨졌던 화면들이 예능으로 확대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위가 장인, 장모와 옥신각신 승강이를 벌이고, 할아버지가 손자를 돌보고, 황혼의 로맨스를 펼치는 것은 그 자체가 파격적인 소재이다. SBS '자기야-백년손님'은 피부과 전문의 함익병(52)과 내과 전문의 남재현(51)이 직접 장인, 장모의 집으로 들어가 생활하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함익병은 장모를 위해 발톱을 깎아주고, 장모가 좋아하는 요리를 척척 해내고, 장모와 게임도 주고 받아 '국민사위'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남재현은 장인, 장모와 자신의 헤픈 씀씀이로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많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영상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고 있는 셈이다.
'자기야-백년손님'의 민의식 PD는 "부부나 고부 갈등은 드라마나 예능에서 심심치 않게 봐온 소재들이다"며 "여성의 사회생활이 늘어나고 자녀가 한 명인 가구가 늘다 보니 요즘 남자들의 환경과 처지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민 PD는 "사위도 처가와의 관계를 풀지 않으면 어려워지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SBS '오! 마이 베이비'에 등장하는 배우 임현식(69)은 손자를 돌보며 부성애를 강조하고, JTBC '님과 함께'에선 배우 박원숙과 가상으로 황혼의 재혼기를 관찰 카메라에 담고 있다. 배우 이영하(64)도 '님과 함께'에서 농구스타 박찬숙과 가상 재혼 부부로 출연하고 있다. '님과 함께'의 성치경 PD는 "황혼기에 재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며 "이들을 통해 보다 현실적인 가족 간의 문제를 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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