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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과 관계 개선되면 참배 못한다" 중국 방공식별 설정 등 기회 삼아 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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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과 관계 개선되면 참배 못한다" 중국 방공식별 설정 등 기회 삼아 감행

입력
2014.01.2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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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총리가 야스쿠니를 참배할 가능성이 있다. 대비하는 게 좋겠다."

한국 정부가 비공식으로 일본의 연락을 받은 건 지난해 12월 25일 밤이었다. 아베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에 가기 전날이다. 한일 외교 당국자들이 한중일 정상회담 실현을 위해 도쿄에서 만나 협의를 한 게 엊그제였다. 일주일 전에는 한일정상회담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새해 1월에 차관급회담을 모색하는 실무협의도 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외교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일본 외무성 안에는 지금 "허탈감"마저 감돌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28일자에 아베의 야스쿠니행을 전후해 일본 총리실과 외무성 막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추적해 소개했다.

아베 정권 출범 이후 한일관계가 좋지 않았지만 양국 외교 당국은 계속 대화의 가능성을 모색해왔다. 당국자들은 아베의 참배 전까지는 "연내에 어려워도 내년 3월 핵안보정상회의쯤에는 양국 정상회담을 생각해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두 나라 외교장관의 7, 9월 연속 회담은 사실상 정상회의 조정 작업의 시작이었다. 이어 11월 초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차관급회담에서 정상회담 가능성을 어렴풋이 감지한 일본 외무성은 그 달 중순 이병기 주일 한국대사를 불렀다. 사이키 아키타카 차관은 "어떤 일정이라도 맞춰보겠다"며 연내 한중일 정상회담을 요청했다.

한국은 조건을 제시했다. 아베가 직접 무라야마ㆍ고노담화를 계승하겠다고 밝힐 것,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총리가 직접 사죄 편지를 작성할 것, 인도적인 목적에 해당하지 않는 정부 예산으로 피해자들을 지원할 것 등이었다. 하지만 아베에게서 이미 "정상회담에 아무 조건이 없어야 한다"는 지시를 받은 일본 외무성은 난색을 표시했다. 그리고 역으로 "국제무대에서 반일행동 자제" "일본의 지원을 받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임을 보증할 것" 등을 타진했다. 대화의 아귀가 맞지 않았다.

아베가 처음 야스쿠니 방문을 검토한 것은 취임 다음 날인 2012년 12월 26일이었다. 반대파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바로 가버려야 한다는 것이 총리 주변의 속셈이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경제정책을 펴나가기 어려울 것을 염려하는 측근들이 반대했다. 이어 지난해 4월 야스쿠니 춘계대제 때는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참의원 선거가 걱정이었다. 추계대제에는 태풍 피해 때문에 민심이 좋지 않았다.

아베가 야스쿠니행을 차일피일 하자 보수파 측근들이 안달이 났다. 10월 추계대제 참배를 미룬 약 일주일 뒤 후루야 게이지 납치문제담당 장관, 에토 세이이치 총리 보좌관, 자민당의 야마타니 에리코 의원 등이 모여 "참배를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사이 한국, 중국과 외교는 개선의 기미가 없었다. 9월 G20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스탠딩회담을 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11월에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과 관련해 한국과 공동대응을 모색했으나 역시 별 무소득이었다. 아베 주변에서는 "관계가 개선돼 정상회담을 하게 되면 참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참배를 하려면 관계가 최악인 지금밖에 없다는 생각을 굳혔다.

일본 총리실 내에서도 극히 소수만 알던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 계획은 일본 외무성도 지난해 여름께 어렴풋이 파악했다. 외무성은 이에 대한 미국 정부 당국자, 의회 관계자, 전문가들의 반응을 떠보기 시작했다. 결과는 지금 미국은 "아베 정권의 외교를 100% 지지하지만 참배를 하면 그 평가는 180도 바뀔 것"이었다. 외무성은 이런 반응을 총리실에 보고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신중해졌다. 하지만 아베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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