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을 하는 친구를 만났더니 요즘 열심히 책을 읽는다고 했다. 얼마 전 E.F. 슈마허의 라는 책을 탐독했고, 지금은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국부론은 분량만해도 1,100페이지다. 다 늦게 웬 국부론이냐고 물었다. 혹시 교수가 됐냐는 질문도 던졌다. 그랬더니 세속적 호기심을 무색하게 하는 답이 돌아왔다. 내달 중순 '아름다운 서당'에서 대학생들과 토론하기 위해서란다.
■ 아름다운 서당은 뭐고, 20여일 전부터 공부하는 것은 또 뭔가. 알아보니 아름다운 서당은 언론사, 대기업, 금융기관의 전ㆍ현직 간부, 대학 교수 등이 젊은이들에게 지식과 경험을 물려주자는 취지에서 만든 인문학 강좌였다. 2005년 대학생 16명으로 시작된 서당은 서울, 수원, 경기, 제주, 탐라 등 5개 아카데미로 커졌고, 거쳐간 학생들이 400명을 넘어섰다. 1년 프로그램이 '지옥'으로 불릴 정도로 빡빡해 강사나 학생 모두 죽어라 공부한다고 한다.
■ 수업시간표를 보니 '열공(熱工)'의 이유를 알 것 같다. 학교 강의와 겹치지 않도록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이루어지는 수업은 발성연습, 한문, 영어 연설문 암송, 인문학 강좌, 경영서 리뷰, 경제 토론 등으로 촘촘히 이어진다. 방식도 달랐다. 명사가 말하고 질문을 받는 통상의 강연과는 달리 학생들이 주제발표를 하고 토론을 벌인 뒤 강사가 평가한다. 졸업식 때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하니 고통과 감회가 남다른 모양이다.
■ 읽어야 할 목록을 보면 기가 질린다. 돈키호테, 카라마조프 형제들, 전쟁과 평화, 파우스트, 태백산맥, 대학, 중용, 백범일지, 국가론, 국부론, 군주론, 법의 정신, 자본론 등 90여권이나 된다. 서재경 이사장은 "과정을 마친 후 학생들은 인격적으로나 지적으로 훨씬 성숙해진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서당 졸업생의 취업률은 100%란다. 참 좋은 강좌다. 강사들의 십시일반으로 운영되는 서당을 기업이나 독지가가 도우면 좋겠다. 나부터 도울 생각이다.
이영성 논설위원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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