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기간 중인 사람의 선거권을 제한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또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수감중인 사람의 선거권을 제한한 선거법 조항에 대해서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오는 6ㆍ4 지방선거의 투표권자가 늘어나 선거 판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현재 집행유예 기간 중인 사람은 총 11만 523명이다.
헌재는 28일 공직선거법 18조 1항 2호와 형법 43조 2항이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을 지나치게 제한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구모씨 등이 낸 헌법소원 가운데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부분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공직선거법 18조 1항 2호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 기간 중인 자의 선거권을, 형법 43조 2항은 수형자와 집행유예자의 '공법상의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헌재는 "범죄자의 선거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더라도 저지른 범죄의 경중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모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며 "집행유예자는 집행유예 선고가 실효되거나 취소되지 않는 한 교정시설에 구금되지 않고 일반인과 동일한 사회생활을 하고 있어 이들의 선거권을 제한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어 수형자와 가석방 중인 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재판관 7(헌법불합치) 대 1(합헌) 대 1(위헌)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수형자의 선거권을 제한함으로써 달성하고자 하는 '중대한 범죄자에 대한 제재나 일반 시민의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의식 제고' 등의 공익보다 이로 인해 침해되는 '수형자 개인의 사익 또는 민주적 선거제도의 공익적 가치'가 더 크다"며 "해당 조항은 수형자 등을 차별 취급하는 것이므로 평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 조항을 2015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하지 않으면, 2006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하도록 했다. 이 기간 안에 법이 개정되면 수형자도 투표를 할 수 있게 된다.
국회의원 선거에서 의석을 얻지 못하고 유효투표 총수의 2% 이상을 득표하지 못한 정당의 등록을 취소하고 취소일로부터 첫 실시하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당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정당법 44조 1항 3호와 41조 4항도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재는 "정당등록 취소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돼 정당 설립의 자유를 침해하며, 정당명칭 사용금지 조항은 취소 조항을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같은 이유에서 정당 설립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조항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신청한 녹색당, 청년당, 진보신당 등은 같은 당명으로 다음 선거에서 후보를 낼 수 있게 됐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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