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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카드 해지하니 지원금도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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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카드 해지하니 지원금도 끊겼다

입력
2014.01.2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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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된 딸이 있는 주부 이모(35)씨는 최근 농협카드를 해지했다가 정부지원금이 중단됐다. 이씨가 가지고 있던 '아이즐거운카드'는 정부가 매달 22만원의 유치원 보육비를 지원해줬던 카드. 하지만 정보유출 때문에 불안해 카드를 해지하면서 당장 그 혜택을 볼 수 없게 됐다. 이씨는 "불안해서 일단 해지부터 하고 봤는데 보육비 지원이 안될 줄은 몰랐다"며 "재발급 받는 데 2주 이상 소요된다고 하니 당장 다음달 초에는 자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설을 맞아 고향인 춘천에 가기 위해 지난달 일찍 버스표를 예매했던 대학생 최모(26)씨는 낭패를 겪었다. 예매 당시 사용했던 국민카드를 정보유출 때문에 해지한 게 화근이었다. 그는 "26일에 터미널에서 출발 직전에 발권하려고 했더니 예매 당시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며 "버스표를 발권받지도 못하고 20% 위약금만 물었다"고 했다. 최씨는 결국 다음날인 27일에야 고향에 갈 수 있었다.

온 국민이 '카드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 정보유출 사고로 카드를 재발급 받거나 해지(탈회)한 고객이 28일 현재 600만명 가량. 가뜩이나 2차 피해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데 카드 재발급이나 해지에 따른 후유증까지 상당하다. 카드 재발급 및 해지에 따른 고객 불편 신고가 잇따르자 금융당국이 이날 카드 재발급 및 해지에 따른 주의사항을 고지하고 나섰을 정도다.

우선 정부지원카드와 연계된 카드를 해지하면 정부지원금이 끊길 수 있다. 국민카드는 정부가 신청일로부터 분만예정일 이후 60일까지 임산부에게 50만원을 지원해주는 '고운맘카드'와 만0~5세 자녀를 키우는 부모에게 월22만~39만원의 보육비를 지원하는 '아이사랑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지난해 국민은행에서 고운맘카드를 발급받은 박모(32)씨는 "다음달 출산 후 입원비로 쓰려고 아껴뒀는데 정보가 유출됐다고 하니 해지해야 할지, 재발급을 받아야 할지 고민된다"고 말했다. 만0~5세 자녀의 보육비를 지원하는 '아이즐거운카드'는 부산(부산은행)을 제외하고 농협카드에서만 발급 가능하다. 워킹맘 천모(36)씨는 "정부 지원 받으려고 카드를 발급했다가 정보가 유출된 셈"이라며 "정부지원금을 특정 카드를 발급받아야 받을 수 있게 한 구조도 문제 아니냐"고 지적했다.

카드 재발급에 따라 기존 카드번호로 가입했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에도 불편이 크다. 설을 사흘 앞둔 이날 버스예매창구는 카드 해지고객의 예매확인 및 변경 문의가 쏟아졌다. 터미널에서 카드사로 연락해 해지한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확인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직장인 김주현씨는 "해지한 카드 외에 본인인증 방법이 없다"며 "카드사에 문의하면 가능하다고 하는데 연결도 쉽지 않고 카드사가 해지 카드 정보를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것도 찜찜하다"고 했다.

기존 카드에 연결돼있던 자동이체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이들도 많다. 카드를 해지하거나 재발급 받으면 기존 카드번호로 자동이체를 신청했던 보험료, 학습지 대금, 정수기 대금, 홈쇼핑 등은 모두 직접 바꿔야 한다. 자동이체 변경을 신청하지 않거나 결제수단을 바꾸지 않으면 보험계약이 끝나거나, 통신요금이 연체되는 등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단, 통신요금과 전기요금, 도시가스요금, 아파트 관리비 등 공공요금은 변경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바뀐다는 것이 정보가 유출된 국민ㆍ농협ㆍ롯데카드의 설명. 하지만 이 조차도 명확하지 않아 고객들의 혼선만 가중되는 모습이다. 박창호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정보 유출로 인해서 국민들의 피로도가 매우 높아졌다"며 "카드를 새로 발급 받는다고 해도 쉽게 해소되지 않고,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늘어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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