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28일 새로운 대학 구조개혁 방안을 밝히면서 정량평가에다 정성평가를 더하고,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전환하겠다고 예고한 것은 "벚꽃 피는 지역 순서대로 퇴출된다"는 현행 대학 구조조정 방식의 부작용을 고려한 것이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발표된 정부 재정지원제한 대학의 10곳 중 7~8곳(총 121개교 중 94개교)이 비수도권 대학이었다. 한석수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은 "교육과정 운영, 학생 만족 등 질적인 평가를 하면 결코 지방대가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가 지표는 8월에 확정지을 예정이다. 교육부는 ▦공통영역에서 대학 발전계획, 학사운영, 교직원, 학생선발 및 지원, 교육시설, 대학(법인)운영, 사회공헌, 교육성과 등을 ▦특성화 영역에서 교육, 연구, 사회봉사, 평생교육, 산학협력, 국제화 등 각 대학이 가진 강점분야를 보겠다는 윤곽만을 제시했다. 국ㆍ공립대와 사립대는 동일하게, 4년제와 전문대는 특성을 고려해 다르게 적용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평가지표와 지표별 반영비율 등은 앞으로 꾸려질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드러난다.
그러나 "수도권에서 먼 대학부터 퇴출 1순위가 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정원 조정 및 대학구조개혁 대책 연구' 논문을 썼던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는 "수도권대와 지방대는 이미 출발선이 다르다"며 "어떤 정성지표를 쓴다 해도 정량지표가 반영되는 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정성평가를 하게 되면 신뢰도 논란까지 일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도권에 대학들이 집중된 과밀현상을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미 지난 10년 간 수도권 소재 대학들의 정원은 부풀대로 부풀어서 인위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 '입학정원 지역별 분포'에 따르면, 2004년 '수도권 34.2%, 비수도권 65.8%'였던 비율이 지난해에는 '수도권 37%, 비수도권 63%'로 역전됐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정부가 주도해 입학정원 4,000명 이상의 수도권 대학들이 일률 감축하도록 하는 것이 시급한 데도 적극적으로 손을 대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 대해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수도권과 지방대를 구분해 평가를 하면 집단간 이해관계가 상충이 돼 현실적으로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현장 실사나 서면 평가를 전ㆍ현직 교수와 산업계 인사 400~500명으로 이뤄진 '비상설 평가단'에게 맡기겠다고 밝힌 부분도 논란 거리다. 강남훈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자본이나 산업의 관점으로 대학을 평가해 대학 교육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우려가 있다"며 "평가단에 따라 평가의 공정성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난항이 예상된다. 교육부의 새로운 구조개혁이 추진되려면 법적인 근거인 '대학 구조개혁 및 평가에 관한 법률'이 상반기 내에 제정돼야 한다. 그러나 국회 교문위 야당 의원들은 이날 공동으로 논평을 내 "대학 구조개혁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구조개혁안은 대단히 부실하고 무책임한 졸속 대책"이라며 "2월 임시국회에서 문제점을 확실하게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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