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17억번 이상 다운로드한 앵그리버드와 같은 유명 어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할 때도 개인정보가 새나가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비영리 온라인매체 프로퍼블리카는 27일(현지시간)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이 입수한 자료를 인용, 미 국가정보국(NSA)과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가 스마트폰의 앱과 소셜네트워크(SNS)에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두 정보기관이 개인정보를 빼내기 위해 사용한 대표적인 스마트폰 앱은 앵그리버드와 같은 게임앱, 구글맵과 같은 지도앱, 사진공유앱 플리커, 소셜 영화앱 플릭스터,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트인 등 SNS, 동영상 전문사이트 유튜브 등이 포함돼 있다. 대부분이 전세계의 스마트폰 사용자 약 10억명이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고 있는 장치들이다. 앱 사용자의 방대한 정보를 수집해 마케팅에 이용하는 밀레니얼 미디어 등 모바일 광고업체들도 정보수집 수단으로 이용됐다.
미영의 두 정보기관은 2007년부터 스마트폰 사용자가 앱 등을 구동시킬 때 사용자 개인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모바일 쇄도'란 이름이 붙은 도감청 프로그램은 스마트폰으로 앱을 구동하거나 인터넷 검색 시 개인정보가 암호화해 전달되지 않는 맹점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때문에 스마트폰으로 앱을 사용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할 때, 또는 앱을 업그레이드할 때처럼 사용자가 인터넷과 접속만 하면 어느 시점에서든 정보가 빠져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관들은 특히 사용자 위치확인에 구글맵을 유용하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앱 등을 통해 취득한 정보는 개인 신상정보, 현재 위치뿐 아니라 인종, 친구 목록, 정치성향, 성적 취향까지 방대했다. 두 정보기관은 이렇게 취득한 정보로 2007년 알 카에다의 독일 내 폭탄테러를 차단하고, 미국 영사관직원을 살해한 멕시코 마약카르텔 용의자를 검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한 정보수집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이뤄졌는지는 이번에 공개되지 않았다.
해당 앱 업체들은 이번 보도에 대해 침묵하거나 정보기관의 정보취득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거의 모든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다운로드할 만큼 세계 앱 시장을 제패한 앵그리버드 제작사인 핀란드의 로비오 엔터테인먼트는 NSA나 GCHQ가 정보를 가져가는지 알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앵그리버드는 2012년에도 정보유출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NSA는 성명에서 "해외정보와 대첩보활동 등을 위해 합법적으로 통신 정보를 수집한다"고 밝혀, 이번 보도를 사실상 인정했다. NSA는 다만 "미국민의 스마트폰이나 SNS를 일상적으로 수집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미 정부는 이날 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에게 감시대상에 오른 개인의 정보를 NSA에 제공한 횟수 등을 공개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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