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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마이웨이' 부를까

입력
2014.01.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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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들의 눈과 귀는 이제 온통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쏠리고 있다. 이들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FOMC 회의를 쳐다보고 있지만, 결과는 "역시나"에 그칠 공산이 크다. 아르헨티나를 필두로 터키,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으로 신흥국 위기 우려가 고조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직 자국 경제상황만을 따져 '마이 웨이'를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의 달러 흡수(테이퍼링)로 빠져나가는 외화를 붙잡아야 하는 신흥국들은 금리 인상으로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

미 연준은 28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시중에 풀린 돈을 추가로 흡수할지(추가 테이퍼링) 여부를 결정하는 FOMC 회의에 들어갔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자산매입 규모를 전달에 이어 추가로 100억달러 축소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AFP 통신은 "연준이 이번 FOMC 회의에서 자산매입 규모를 100억달러 추가 축소한 뒤 연말까지 양적완화를 끝낼 것이라는 데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한다"고 보도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연준은 예정된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미국의 테이퍼링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신흥국 일각에선 통화가치 급락이 테이퍼링에 따른 위기감에서 비롯된 만큼 이번 FOMC 회의에서 추가 테이퍼링 속도 조절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나오는 상황. 하지만 전문가들이 이런 가능성을 높지 않게 보는 이유는 연준의 그간 행보와 연관돼 있다. 로버트 완데스포르드 크레디스위스 아시아담당 이사는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연준은 역사적으로 미국 경제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에만 초점을 맞춰왔다"며 "연준은 신흥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미국의 성장이나 고용, 물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을 '세계 중앙은행'이라고 부르지만, 결국엔 미국의 중앙은행일 뿐이라는 얘기다. 한은 한 관계자는 "미국의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고, 실업률이 하향 곡선을 긋고 있는 상황에서 FOMC 위원들에게 신흥국의 위기는 중요한 고려 요인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물론 지푸라기 잡듯 기대감을 저버리진 않고 있지만 신흥국들 역시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많은 없는 처지. 전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서며 빠져나가는 달러 붙잡기에 나섰다. 인도 중앙은행(RBI)은 이날 통화정책위원회에서 시장 예상을 완전히 뒤집고 기준금리를 8.0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알렉샨드리 톰비니 브라질 중앙은행장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선진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돈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일 것"이라며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강력한 통화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해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통화가치가 급락한 터키 중앙은행도 긴급 통화정책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하지만 벼랑 끝의 신흥국들이 금리 인상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데이비드 존스 DMJ어드바이저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AP통신 인터뷰에서 상당수 신흥국이 미국의 양적완화 이후 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돼 혜택을 누려온 점을 지적하며 "이제는 자금이탈을 감당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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