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다양성영화로 불리는 비주류 영화들에게도 설 연휴는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지난 주말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다양성영화 시장에 흥행태풍을 일으킨 일본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 여러 다양성영화들이 설 연휴 흥행대전에 참전한다.
설 연휴 신작으로는 '인사이드 르윈'이 가장 눈에 띈다. 미국 독립영화계의 대가 조엘, 에단 코엔 형제의 최신작이다. 국내에도 많은 열성 팬을 거느린 코엔 형제의 첫 음악영화로 1960년대 초반 포크음악 태동기를 스크린으로 불러낸다. 무슨 일이든 꼬이기만 하는 무명가수 르윈이 7일 동안 겪는 별스럽지 않은 일상을 특출한 연출력으로 보여준다. 연민과 웃음을 동시에 불러내면서도 귀를 황홀하게 하는 수작이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이등상에 해당하는 심사위원대상을 받으며 완성도를 인정 받았다.
'인사이드 르윈'보다 먼저 개봉한 경쟁작들의 면모도 만만치 않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가 3강을 형성하며 다양성영화 시장을 이끌고 있다. 젊은 청춘 여성 사이의 징글징글한 사랑을 그린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지난해 칸영화제 대상(황금종려상) 수상작이라는 성과를 앞세워 관객몰이 중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이름만으로도 다양성영화 시장에서 관객동원력을 지닌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짐 자무쉬의 신작이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자신을 빼 닮았다 생각했던 아들이 병원에서 바뀐 아이라는 사실을 알고 조금씩 '진짜' 아버지가 되는 한 사내의 이야기를 뼈대로 삼았다. 자극적인 소재를 잔잔한 화법으로 풀어내며 관객들의 호평을 사고 있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흡혈귀로 영생하는 두 연인을 통해 삶의 열정과 권태를 묘사한다. 국내 여성 관객들로부터 '히들이'로 불리며 사랑 받는 배우 톰 히들스턴과 '설국열차'로 보편적인 인지도를 얻은 틸다 스윈튼의 호흡이 관객들의 발길을 끈다는 평이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인사이드 르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심사위원상)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는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베일을 쓴 소녀'도 주목할만한 프랑스 예술영화다. 부모의 강압에 의해 수녀원에 들어가 수녀가 될 운명에 처한 한 소녀의 고요한 투쟁을 비추며 사회ㆍ종교적 억압이 지닌 폭력성을 고발한다.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영화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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