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깨끗한 눈망울, 그래서 영혼까지도 맑아 보이는 김현수(15)는 그 어느 때보다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2014년을 보내고 있다. 영화 '도가니'(2011)에서 충격적인 사건의 피해자로 영화 팬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던 그는 지금 SBS '별에서 온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시린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김현수는 1인2역으로 출연한다. 한편으로는 400년 동안 지구에 살고 있는 외계인 도민준(김수현)의 아련한 첫사랑 서이화로,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의 톱스타 천송이의 어린 모습으로 등장한다. 400년 전 조선시대의 이화는 민준을 대신해 죽음을 맞는다. 이화가 죽어가면서 민준에게 건넨 마지막 인사는 슬프고도 감동적이다. "나리를 만나기 전엔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어떤 희망도 없었어요. 나리를 뵙고 처음으로 앞날을 그려봤습니다. 처음으로 간절히 살고 싶었어요. 감사하고 또 감사했어요. 반드시 원래 계셨던 곳으로 무탈하게 돌아가십시오. 잊지 않겠습니다." 그가 절벽 위에서 간절하게 뿜어내는 절규는 여느 성인 배우의 그것 못지 않은 흡입력을 갖고 있었다.
설을 앞두고 한국일보와 만난 김현수는 절벽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대신해 세상을 등진 슬픈 여인이 아니라, 수줍어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2014년의 여중생이었다. 그러나 곱게 한복을 차려 입고 카메라 앞에 섰을 때 김현수는 다시 어여쁜 이화가 됐다. 천생 배우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한복 색이 너무 예뻐서 기분이 좋아요."
김현수는 활짝 웃어 보이다가 이내 다소곳하게 앉아 절벽 투신 장면에 대해 이야기했다. "감정을 최고조로 올려 눈물 연기를 해야 했기 때문에 무척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대본 자체가 너무 슬퍼서 감정이 저절로 올라왔습니다. '도가니' 때도 대본이 슬퍼 눈물이 그냥 뚝뚝 떨어졌거든요. 가장 힘들었던 것은 추위였던 거 같아요."
'별에서 온 그대'에서 김현수는 밤 촬영이 유독 많았다. 그것도 대개 산 속이나 바닷가 절벽, 도로 등에서 도망치는 장면이었다.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어렵고 힘들 때 도민준으로 등장하는 김수현이 조용히 도와주었다. "수현 오빠와 이름이 비슷해 스태프 분들도 헷갈려 했어요. 서로 낯가림도 심했고요. 그렇지만 날이 추울 때 오빠가 제게 핫팩이나 난로를 가져다 주곤 했어요. 트럭에 부딪힐 뻔한 장면에선 저를 안고 많이 뛰어다녔고요. 그러면서도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차에 부딪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장면에서도 김현수는 몸을 사리지 않고 직접 연기를 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연기자의 당찬 기질을 그는 보여주었다. 김현수의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는 어머니 최미현씨는 "현수가 처음에는 수줍음을 많이 타고 어색해했지만 지금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감정을 잡고 연기를 한다"며 "힘들지 않느냐고 물으면 재미있고 즐겁다고 하는데 그게 기특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수현은 영화계도 주목하는 아역 스타다. '도가니'로 정식 데뷔한 후 '무서운 이야기'(2012), '더 파이브'(2013)에 이어 얼마 전 개봉한 '살인자'(2014)까지 2년 동안 4편의 영화를 찍었다. 드라마도 KBS의 '굿닥터' '대왕의 꿈' '각시탈', SBS '뿌리깊은 나무' 등 모두 8편에 출연했다. 그가 출연한 작품들이 대개 흥행이나 시청률에서 좋은 성적을 보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도가니' 이후 찾아주신 분들이 많았다"며 제법 어른스러운 답변도 했다.
최근에는 탈북 청소년들과 우정을 나누는 KBS의 예능 프로그램 '별친구'에도 도전했다. "자라온 환경이 달라 가치관에서 차이가 많았지만 이야기를 자주 하다 보니 금새 친해졌다"며 탈북 청소년들과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다고 했다.
혹시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발갛게 얼굴이 달아오르며 "빅뱅을 좋아한다"며 "꼭 한 번 만나고 싶다"고 눈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일보 독자에게 새해 인사를 부탁했다. "한국일보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올해도 하시는 일마다 잘 되길 빌겠습니다. 저도 설날 가족과 함께 차례를 지내고 조금 쉴 수 있을 것 같아요. 조만간 TV에서 또 뵐게요."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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