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잘한다고 다 판사·검사 될 순 없다”
이 사람은 뭐가 부족해 점집에 찾아온 걸까. 겉모습만 봐서는 고민이 전혀 없을 것 같은 손님이 오면 습관적으로 이런 의문이 생긴다.
초겨울 치고 제법 추운 주말에 점상 앞에 총각이 앉는데 외모도 차림새도 출중하다. 감색 양복 깃엔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 기업의 배지가 달려 있다. 겉모습만 봐선 결혼문제 외엔 다른 고민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점을 보기 전에 가벼운 질문부터 했다.
“결혼 때문에 오셨습니까?”
“아닙니다. 진로 문제로 왔습니다.”
“남들이 선망하는 직장인데….”
“사법시험 공부하면 결과가 좋겠습니까?”
명문대 법대를 나온 이 총각은 한 번 만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에 취업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가정 형편 때문에 포기했던 사법시험에 대한 미련이 커져 찾아온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편으론 이해가 되었다.
판사나 검사는 공부만 잘한다고 다 되는 자리는 아니다. 시쳇말로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나야 앉을 수 있는 자리다. 이 총각은 명석하나 사주엔 그런 정기나 운기는 없었다. 사주가 100% 맞는 것은 아니지만 사주에 없는 일을 하려면 고난의 연속임은 확실하다. 단순히 공부만 따지면 고시에 합격할 천재 같은데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사람은 십중팔구 이런 사람이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데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자신의 욕망을 끊임없이 충족시켜 나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욕망을 줄여나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총각에게 어렵다는 말로 변죽을 울리다가 이 말을 해 주었더니 한숨을 쉬었다.
고생을 각오하고 공부에 매진하여 합격한다면 물론 더 행복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사주만 볼 땐 꿈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