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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주민번호 대안 찾으라지만 마땅히…" 금융당국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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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주민번호 대안 찾으라지만 마땅히…" 금융당국 곤혹

입력
2014.01.2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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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주문이 또 떨어졌다. 이번엔 "외국의 경우 운전면허번호 등 다양한 본인 식별 방법을 활용하니 외국 사례를 참조해 식별 가능한 다른 방법이 없는지 검토하라"는 것이다. 광범위하게 유출된 주민등록번호의 대안을 모색하라는 얘기였다.

금융당국의 발등엔 다시 불이 떨어졌다. 대통령의 주문이 떨어졌으니 뭔가는 내놓아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즉각 "개인식별정보로 사용되는 주민번호를 대체할 수단에 대해 관계부처, 기관 및 전문가 등이 협력해서 개선방안을 계속 검토 중"이라는 자료를 냈다.

하지만, 과연 뾰족한 대안이 나올 수 있을지, 괜히 또 기존 정책과 충돌되는 대책만 양산돼 혼란만 가중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부터 들끓는다.

개인식별 수단으로 주민번호의 문제점은 이번 정보 유출 사고 이전에도 숱하게 지적돼 온 사항. 온라인 상에서 주민번호 노출 없이 개인식별이 가능하도록 아이핀(i-PINㆍInternet Personal Identification Number)을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정부는 아이핀이 훌륭한 주민번호 대체수단이라고 자찬해왔지만, 여기에도 구멍은 숭숭 뚫려있다. 주민번호와 달리 언제든 바꿀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가입 방법이 복잡해 많은 이용자들이 기피하는 데다, 아이핀 또한 주민번호를 포함해서 자신의 개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발급이 불가능하다. 아이핀을 발급 받으려면 ▦성명 ▦주민번호(외국인등록번호) ▦ID ▦비밀번호 ▦이메일주소 등의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심지어 ▦생년월일 ▦휴대전화번호 ▦성별 등은 제3자에게까지 제공된다. "주요 정보가 암호화된다"고는 하지만 뚫릴 경우 이것 또한 개인정보 유출의 진원지가 될 여지가 다분하다. 실제 아이핀 부정발급 사건도 빈번하다. "이미 만들어 놓은 아이핀도 별반 제 기능을 못하는데 그러면 이제는 제2의 아이핀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냐"는 볼 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운전면허 번호로도 개인 식별이 되지 않느냐"는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을 두고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설령 주민번호가 아니라 운전면허번호로 개인 식별을 한다고 해도 그 정보가 금융거래에 이용된다면 유출 시 주민번호가 유출된 것과 뭐가 다르겠느냐"고 반문했다.

금융당국을 곤혹스럽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당장 올해 8월부터 시행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다. 안전행정부가 최근 배포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모든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자에게 주민번호 수집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하지만 당장 주민번호를 대체할 수단이 없는 만큼 법에 금융회사의 경우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는 예외 조항을 신설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통령이 주민번호 대안 마련을 요구한 상황에서 금융회사만 주민번호를 이용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 신설을 추진하는 게 어떻게 비춰질 지 모르겠다"며 곤혹스러움을 드러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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