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홍광호(32)가 한국인 최초로 주요 배역을 맡아 뮤지컬의 본고장인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 진출한다. 27일 오후 영국의 세계적 뮤지컬 제작회사 CMI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홍광호는 5월 런던에서 막을 올릴 '미스 사이공' 25주년 기념 공연에서 투이 역을 맡게 됐다.
캐머런 매킨토시 CMI 대표는 이날 동영상사이트 유투브에 올린 '미스 사이공' 캐스팅 발표 동영상에서 "세계 각국에서 새로운 '미스 사이공' 배역에 맞는 재능 있는 배우를 오래도록 찾았다"며 "그 중 한국인 홍광호를 투이 역에 캐스팅 했다"고 밝혔다. 매킨토시는 세계 4대 뮤지컬인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을 제작한 세계 뮤지컬계의 큰 손이다. 매킨토시는 동영상에서 "광호는 한국의 뮤지컬 스타로 한국에서 몇 년 전 만들어진 '미스 사이공'에 출연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홍광호는)한국판 '오페라의 유령'에서 두드러진 연기를 선보였고 매우 광범위한 재능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오페라 '나비부인'을 밑그림 삼은 '미스 사이공'은 1989년 런던에서 초연한 직후부터 세계적인 뮤지컬로 자리잡았다. 베트남전이 빚어낸 비극적 사랑과 애틋한 모성애를 섬세한 선율과 헬리콥터를 등장시키는 스케일 큰 무대 장치로 전해 명성을 얻었다. 홍광호가 연기할 투이는 미군 병사 크리스에게 약혼녀 킴의 사랑을 뺏긴 뒤 질투에 휩싸여 비극적인 최후를 맡는 베트남 남자다.
홍광호의 웨스트엔드 진출은 충무로 영화배우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출연보다 더 의미가 있다. 연극인 부부 손진책ㆍ김성녀씨의 딸인 손지원이 웨스트엔드의 '미스 사이공' 공연에서 작은 역할인 지지의 커버를 연기한 적은 있으나 국내 배우가 주요 배역을 맡은 적은 없다. 특히 세계적 뮤지컬의 초연 25주년을 기념하는 대형 기획에 캐스팅돼 의미가 더 크다.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는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한 배우가 본고장으로 가서 주역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국내 뮤지컬 발전을 의미하는 한 지표"라고 분석했다.
계원예고 연극영화과와 중앙대 연극학과를 졸업한 홍광호는 2006년 한국판 '미스 사이공'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뮤지컬 배우의 길에 발을 디뎠다. 베트남 여성 킴과 사랑에 빠져드는 크리스와 킴의 베트남 약혼자 투이 두 배역의 커버(주연배우가 사고 등으로 무대에 오르지 못할 때 투입되는 대체 배우)가 그의 역할이었다. 홍광호는 공연 폐막 1주일 전 주연배우대신 크리스 역을 맡아 주역으로선 첫 무대에 올랐다.
이때 입증된 가창력을 발판으로 한국 뮤지컬업계의 재목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첫사랑'(2007)과 '지킬 앤 하이드'(2008), '빨래'(2009) 등에서 주연을 맡았다. 2011년 '오페라의 유령' 공연에서 팬텀과 라울 두 중심 역할을 오가며 호연을 펼쳐 뮤지컬 팬들을 열광케 했다. 한 뮤지컬 관계자는 "홍광호는 월드 클래스 배우니까 당연히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국내 뮤지컬 배우가 세계적 수준에 올랐음을 입증하는 캐스팅"이라고 평가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