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밤 전화로 만난 홍광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한껏 들떠 있으리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한국 뮤지컬계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된 주인공답지 않게 무척이나 담담했다. 주위 반응에 휘둘리기보다 자신이 설정한 미래 좌표를 따라 배우의 길을 차분히 걸어 온 그의 평상시 모습 그대로였다. 30분 가량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그의 전화기는 야속하게 계속 기자를 외면했다.
어렵게 통화가 이뤄졌을 때 그는 "축하전화 때문에 전화를 받지 못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 수많은 통화에도 차분하게 응했을 그가 문득 듬직하게 느껴졌다. 홍광호는 "얼마 동안 런던에서 공연하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세부적인 계약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도 밝혔다. '미스 사이공' 25주년 기념 공연은 오프런(폐막일을 정해놓지 않고 하는 공연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_캐스팅 소식을 언제 접했나.
"오디션 합격 소식은 작년 연말에 들었다. 런던체류의 세부 사항을 조정하느라 최종 발표는 이번에 영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하게 됐다."
_오디션은 어떻게 이뤄졌나.
"'노트르담 드 파리' 서울 공연을 하던 중 제안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이미 다른 배역들은 다 확정됐는데 투이만 못 찾았다고 하더라. 공연 중이어서 뭐 이것 저것 준비할 시간은 없었고, 영국인 친구에게 연락해서 발음 좀 봐 달라고 해서 투이의 넘버(삽입곡) 세 곡을 영상으로 만들어 보냈다. 원래는 영상을 보고 마음에 들면 런던에 가서 다시 오디션을 받는 거였는데 더 부르지 않았다(영상만으로 합격 통보를 받았다는 의미)."
_그 때 소감은 어땠나.
"공짜로 비행기 타고 런던 다녀 오나 했는데 아쉬웠다(웃음). '노트르담 드 파리' 서울공연과 지방공연 사이에 잠깐 짬이 날 것 같아서 그때 2박 3일로 런던 구경 좀 하나 했는데 안 부르더라."
_홍광호의 투이를 어떻게 표현했기에.
"'미스 사이공'의 모든 프러덕션을 다 본 것은 아니지만 투이가 서양인의 눈으로는 조금 갑갑하게 그려졌던 것 같다. 그런데 내가 볼 때는 투이는 킴과 조국, 그 두 가지만 아는 멋진 캐릭터다. 잘못하면 악역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끝까지 사랑을 지키고 싶었던 로맨티스트이자 또 하나의 희생자라고 생각하고 표현했다."
_어떤 점이 높게 평가 받았을까.
"글쎄, 뭘 보고 뽑았을까. 날 잘 모를 텐데…. 다행히 이번 공연의 연출가 로렌스 코너가 내가 앙상블로 참여한 2006년 '미스 사이공' 한국 공연의 연출을 맡았었다. 안무가 제프리 가렛 역시 그의 절친한 친구라고 하더라."
_런던 생활의 각오는.
"유학 가는 마음으로 많이 경험하고 느끼고 돌아올 생각이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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