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좌장인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27일 "대권에 나올 사람은 당권에 도전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이 당권을 언급한 것은 처음으로 차기 당권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특히 이날 발언은 비주류 대표주자로 당권 경쟁에 나선 김무성 의원을 겨냥한 것이어서 향후 당권 경쟁에서 주류와 비주류간 혈투를 예고했다.
서 의원은 이날 여의도에서 기자단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당권은 당을 위해 온전히 희생하고 정부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면서 당권ㆍ대권 분리를 선언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사례를 거론하며 "자기 욕심을 채우다가는 당이 흔들린다"고도 했다. "대권후보는 흙에 파묻혀 숙성되듯 내공을 쌓아야 하고 그래야 때가 되면 주변에서 '누구 말고는 인재가 없구나'라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지만, 당 안팎에선 대권 도전설이 나오는 김 의원을 견제하는 발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서 의원은 간접적으로 당권 도전 의사도 드러냈다. 그는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 "지금은 당권을 논할 때가 아니라 6ㆍ4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당력을 모을 때"라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서 의원은 특히 "내가 선거에서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했는데 아직 움직이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 뛰면 금방 조직하고 장악할 수 있다"면서 "누굴 만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서 의원은 또 대변인, 사무총장, 정무장관, 당 대표 등 자신의 정치이력을 설명한 뒤 "아무나 집권 여당의 대표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가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목소리도 내고 해야 한다" "청와대도 여당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는 등 황우여 대표 체제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피력했다.
서 의원은 지난해 10월 재보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뒤 당권 도전과 관련해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 때문에 이날 발언으로 사실상 당권 도전 의지를 굳힌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는 "지방선거에서 당이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하면 맡아서 최선을 다할 것이고 서울이든 경기든 당에서 요청하는 대로 다 하겠다"면서 지방선거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 뒤 당권 도전에 나설 생각임을 내비쳤다.
서 의원은 잠재적 대선주자인 김문수 경기지사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이름 하에 취임 첫 1년을 허송세월 했다"고 비판한 데 대해 "당에 자해행위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당의 도백으로서 해서는 안될 말"이라며 "야당에서 공격소재로 활용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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