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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월 28일] 야권 연대는 독인가, 약인가

입력
2014.01.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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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이나 연대(連帶)가 진보 진영의 전유물은 아니다. 1990년의 3당 합당은 권위주의에 저항했던 YS와 민정당 세력과의 연대다. 합당과 연대는 다르지만, 합당은 연대보다 더 강한 연합이다. DJ는 대권 도전 네 번째 만에 정치역정과 이념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수 없는 JP와 연합함으로써 소수 세력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권을 쟁취했다. 이른바 DJP연합이다. 영남 출신인 노무현 후보는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됨으로써 극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들 연합을 가치와 이념, 정책 연대로 보는 것은 궁색하다. 3당 합당과 DJP연합의 고리였던 내각제 약속은 최종 승리자에 의해 모두 휴지 조각이 되었다. 가치와 이념과는 무관한 전형적 권력정치, 지역패권주의에 기댄 지역 연합이 구체적 연대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1987년 YS와 DJ의 후보 단일화 실패는 연대가 무위로 그친 경우이다. 결과론이지만, 2002년 정몽준 후보의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는 노무현 후보 지지표의 결집을 가져오면서 노무현 후보의 승리를 견인하는데 오히려 득이 됐다. 그러나 18대 대선의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어정쩡한 단일화는 야권에 패인으로 작용했다. 이렇듯 여야,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연대로 특징 지워지는 연합정치의 성사 여부는 대권의 승부를 갈랐다. 내각제 정부형태에서는 이념 지향이 다른 경우의 연정(聯政)도 낯설지 않다. 오히려 정치안정의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이끌고 있는 기민당과 사민당의 연정이 대표적이다.

6ㆍ4 지방선거에서 연대가 구태 정치의 표본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 야권엔 딜레마다. 민주당은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새정치를 표방하는 안철수 의원측은 연대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과 안철수 후보와의 '아름다운 단일화'가 불발로 끝난 학습효과의 영향이다. 대선 레이스를 다 펼치고 난 연후에 여론에 따라 후보를 정하지 않고, 단일화 자체가 목적인양 치부되면서 '단일화의 덫'에 빠진 당연한 귀결이다. 민주당이 스스로의 정체성과 자기 혁신으로 승부하지 않고 단일화에 집착하였던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나 6ㆍ4 지방선거가 정권안정론과 정권심판론 중 어느 구도로 가도 야권 지지 성향표의 분산이 야권에 유리할 건 없다.

그럼에도 전략적으로 야권은 지방선거 직전까지 연대를 입에 담으면 안 된다. 이는 연대가 곧 구태라는 프레임을 공고화하고, 명분과 실리를 다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주당과 '신당'이 호남에서는 '진검 승부', 수도권은 제한적ㆍ지역적 연대를 모색하는 모양새가 된다면 6ㆍ4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 아닌 야권의 블랙홀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밴드왜건' 효과에 힘입어 야권의 연대와 단일화가 단일 대오로 형성되려면 민주당의 치열한 자기 성찰과 기득권 포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또한 '신당'의 새정치가 어떠한 콘텐츠를 담느냐의 문제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에 따라 공론이 형성되고 여론의 향배에 따른 유권자의 연대나 단일화 요구가 가시화될 때 연대는 당위성을 확립하게 될 것이다. 만약 국민의 명령이 6ㆍ4 지방선거에서의 민주당과 신당의 각자도생이라면 패배가 눈 앞에 보여도 그 길을 가야 한다. 그것은 패배가 아니라 민주당과 '신당'의 상생이 될 수도 있을 터이다.

선거에서 연대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원론적 명제에 안주하기에 야권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는 크고 깊다. 연대의 가능성에 집착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행정부 권력과 의회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도 여권이 장악하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야권의 환골탈태(換骨奪胎)가 국민에게 추인받느냐의 여부와 직결되어 있다. 새누리당이 야권표의 분산에 따른 반사이익과 어부지리에 기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듯이 도식적 연대와 선거공학적 단일화는 야권에 필패(必敗)로 가는 지름길이다. 헌법 1조 2항의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을 새기는 것이 선거를 앞둔 여야 모두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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