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질 때 가해자의 폭행ㆍ협박이 없었더라도 사회ㆍ경제ㆍ정치적인 지위나 권세, 또는 위력에 의한 것이라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미성년자에 대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고모(39)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고씨는 2012년 스마트폰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알게 된 A(16)양을 만나 호프집에서 술을 마신 뒤 모텔에서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모텔의 폐쇄회로(CC)TV에 찍힌 영상에서 A양이 고씨의 팔짱을 끼고 모텔에 들어갔고, 나올 때도 위축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 모텔에서 나온 뒤에 서로 연락한 점 등을 들어 "고씨가 위력을 행사해 성폭행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상고심 재판부는 "당시 술까지 마신 피해자로서는 나이 등에서 현저한 차이가 나는 피고인과 단 둘이 모텔방에 있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반항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피해자가 성관계 시도에 대해 특별히 저항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위력으로써 청소년인 피해자를 성폭행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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