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생명과학단지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충북 청원군 오송읍 '봉산리 옹기가마(사진)'가 내셔널트러스트 보전 대상에 선정됐다.
한국우리문화연구원은 오송 봉산리 옹기가마가 25일 서울 산림문학관에서 열린 제 11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보전대상 시민공모전 시상식에서 올해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으로 뽑혀 내셔널트러스트상을 받았다고 27일 밝혔다.
봉산리 옹기가마는 충북무형문화재 제12호 박재환(81) 옹기장이 선대로부터 물려받아 200년 넘게 맥을 이어온 전통 가마다. 큰 규모에 다양한 형태로 보존돼 가마의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가치가 높다. 이곳은 특히 박 옹기장의 선조들이 초창기 천주교 박해를 피해 숨어들어 질곡많은 교우촌을 형성했다는 점에서 역사ㆍ문화적으로도 중요한 현장이다. 2009년 문화재청은 이 가마를 문화재지킴이 대상지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런 곳이 오송생명과학단지 2단지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가마가 자리한 곳은 아파트로 설계됐고, 보상 절차를 거쳐 오는 10월쯤 허물어질 예정이다.
이에 한국우리문화연구원 송봉화 원장 등 지역 사회의 뜻있는 인사들이 봉산리 옹기가마 보존운동을 펼쳐왔으며, 이런 노력으로 내셔널트러스트상을 수상하게 됐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현재 개발 계획에서 건물배치의 변화만으로도 충분히 옹기가마를 보존ㆍ이용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한 전통 옹기가마의 보존이 오송생명과학단지의 중요한 컨텐츠인 '생명'과 '과학'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높다고 평가했다. 옹기 그 자체가 바이오 과학이 녹아있는 문화산업의 꽃이라는 것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봉산리 옹기가마를 보존하기 위해 관계 기관에 훼손의 위험성을 알리고 보전을 청원할 계획이다. 나아가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의 타당성을 검토해 필요한 경우 시민모금을 통해 부지매입 운동도 추진하기로 했다.
충북에서는 2006년 두꺼비 산란지인 원흥이 방죽이 내셔널트러스트상을 처음 수상했다. 이어 시민모금 운동을 거쳐 2009년 두꺼비 서식지인 산남동 일원 포도밭(1,009㎡)을 사들여 영구히 보전하는 성과를 낸 적이 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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