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많은 중소기업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던 통화옵션 파생상품 키코(KIKO). 아직 그 악몽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제2의 키코 상품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신흥국 위기 우려가 고조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와중이어서 경고음도 커지는 양상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시장의 최근 동향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6월말 현재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거래잔액은 39조8,000억원으로 2012년 말(26조1,000억원)에 비해 53% 급증했다.
비정형 통화파생상품은 스왑이나 옵션 같은 정형화한 상품이 여러 개 합성돼 있거나 특이한 조건들이 붙어 만들어진 상품. 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평가가격 산출이 쉽지 않고, 금융시장 변동에 따라 큰 위험에 노출될 소지가 다분하다.
대표적인 예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물의를 빚었던 키코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약정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상한선을 넘으면 시장 가격보다 낮은 환율로 팔아야 하는 상품으로, 수출 중소기업들이 환 위험을 피하기 위해 대거 가입했다가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바 있다.
특히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중에서도 각종 옵션이 붙어 위험이 더 높은 '고위험 상품'이 크게 늘었다. 2012년 말에는 2조8,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작년 6월말에는 8조7,000억원으로 3배 이상 폭증했다.
향후 환율 변동이 커지는 경우 이런 상품에 가입한 기업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보고서는 특정한 상품에 가입한 A기업을 사례로 분석한 결과 환율이 매주 10원씩 16주간 상승하는 경우 이 기업의 피해액이 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이번에도 중소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중소기업의 비정형 통화파생상품 거래잔액은 작년 6월말 3조7,000억원으로 6개월 새 2조4,000억원이나 늘었다. 특히 이런 상품들은 환율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해 금융시장 불안을 부추길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박종열 한은 금융검사분석실 분석기획팀장은 "현재 거래규모로 보면 아직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향후 거래규모가 더 늘어나고 예상치 못한 외부충격이 발생하면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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