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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발 금융위기] 이번에도 신흥국 동조화?… 정부 "우리도 안심할 수 없다" 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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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발 금융위기] 이번에도 신흥국 동조화?… 정부 "우리도 안심할 수 없다" 주시

입력
2014.01.2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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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1997년 동남아 외환위기는 그 해 7월 태국 바트화 가치 폭락에서 시작됐다. 위기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으로 번졌고, 그 해 12월 우리나라도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백기투항했다. 유럽 재정위기도 그랬다. 그리스 구제금융에서 시작된 위기는 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스페인 등 재정취약국들로 확산되며 'PIIGS'란 용어를 만들어냈다. 어느 한 나라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주변국이나 유사 그룹국가들의 건전성까지 의심받아 연쇄적인 자금 이탈이 발생하곤 하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에서 발생한 이번 금융 불안을 그냥 가볍게 흘려 넘길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두 나라의 통화 가치 폭락엔 나름 이유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라는 신흥국 공통 불안 요인 외에도 ▦외환보유액 급감(22일 현재 294억달러)에 따른 정부의 시장 개입 포기 ▦외환규제로 인한 암시장 환율 폭등(페소가치 급락) ▦높은 물가상승률 지속 ▦원자재 가격 하락 및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출 차질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 터키 역시 테이퍼링 외에 경상수지 적자, 높은 불가상승률, 정정 불안 등의 내부 요인이 불안을 증폭시키고 있다. 닐 시어링 캐피털이코노믹스 신흥시장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신흥시장의 새로운 위기를 이야기하지만 이는 각 나라의 상황이 매우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 폭락이 다른 신흥국들의 불안까지 증폭시키는 건 위기의 강한 전염성이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 상황에 따라서 개별 요인보다 공통 요인(미국 테이퍼링, 중국 경기 둔화 등)이 훨씬 더 부각되면서 다른 신흥국 전체로 위기가 확산될 소지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상당수 신흥국에서 정정 불안이 예고되는 점도 기름을 부을 수 있는 요인이다. 태국은 친ㆍ반 정부 세력 간에 충돌 시위가 장기화하고 있고, 터키와 인도네시아는 총선(3월과 4월)과 대선(8월과 7월)을 각각 앞두고 있다. 브라질도 10월 대선을, 남아공과 인도, 헝가리는 봄에 총선을 치러야 한다. 금융 불안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이런 정치적 이벤트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테이퍼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통화 긴축, 구조조정 등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지만 신흥국들은 선거 때문에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곳곳이 지뢰밭인 상황이다.

비록 우리나라는 신흥국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가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우리 정부의 인식도 비슷하다. 26일 긴급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현재까지는 제한적이지만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고 진단을 내린 것도 이 때문이다. 신흥국 동조화 현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데다, 신흥국 불안이 글로벌 경제 불안으로 확산되는 경우 수출, 투자 등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확인했듯 3,000억달러가 넘는 외환보유액도 극단적인 위기 상황에서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신흥국 불안은 안전자산 선호 효과로 이어지면서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 약세를 차단하는 측면이 있고, 미국의 테이퍼링은 결국 미국의 경기회복과 맞물려있는 만큼 우리에게 반드시 독(毒)일 수만은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불안한 행보를 보이는 신흥국에 대한 모니터링과 경기회복에 대한 리스크 점검 등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했고,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상황이 더 악화해 신흥국 전체가 어려워지면 우리 경제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만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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