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돌이켜보면 화만 나고…" 한겨울에 파지 주우러 다니기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화만 나고…" 한겨울에 파지 주우러 다니기도

입력
2014.01.26 18:36
0 0

전일저축은행은 전주 중앙시장 인근에 본사가 있어 시장 상인과 서민들의 이용이 유독 많았던 곳이다. 힘겹게 모은 돈을 날린 피해자들의 고통은 그만큼 컸다.

매달 열리는 피해자대책위원회 모임에 꾸준히 참가해 온 고모(70)씨는 "피해자 중에 벌써 스무 분 이상이 화병이나 고혈압 합병증 같은 걸로 쓰러져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고씨는 "군산에서 생선 떼다가 광주리에 놓고 행상 한 사람, 병원에서 피 묻은 빨래를 했던 사람, 시장에서 단속에 쫓겨가며 노점을 한 사람 등 온갖 고생으로 번 피 같은 돈을 잃은 사람들이 매일 같이 모여서 욕하고 울었다"고 했다. 초창기 대책위 모임에는 200명 넘게 참가했지만 지난 2일에는 7명이 나왔다. 그는 "일부는 세상을 떴고 나머지 대부분은 생각하면 화를 주체 못하니 그저 잊고 살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10년 피해자들과 함께 매주 2, 3만원씩 회비를 걷어 상경해 국회, 검찰, 총리실, 금융감독원 등에 구제를 호소하러 뛰어다녔다는 박모(73)씨는 한겨울에도 파지를 줍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박씨는 "전주역에서 30년 동안 소화물 나르는 일을 하고 받은 퇴직금을 상당 부분 예금했다가 손실을 봤다"며 "이제 돌이켜 봐야 뭐 하겠냐"며 말끝을 흐렸다.

김모(56)씨는 "만기를 1년 남기고 15년 간 모은 돈 8,000만원을 모두 날렸다"고 했다. 평일에는 대학에서 24시간 맞교대 경비 근무를 서고 쉬는 날엔 고물상에서 빌린 리어카로 아파트 단지를 돌며 재활용품을 모아 마련한 돈이었다. 아내는 생선가공공장에서 한 마리당 10원씩을 받고 명태 껍질 까는 일을 해 한푼 두푼 보탰다. 그는 후순위채권(손실위험을 감수한 투자상품)에 가입해 예금보험공사의 구제 보험 대상이 아니다. 김씨는 "처음에는 딱 죽고 싶었는데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 (자살 충동에는)면역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김광의 전일저축은행 파산관재인은 "5,000만원 초과 예금액에 대한 최종 배당액은 48%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전일저축은행의 대출채권 등을 최대한 빨리 회수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배당 완료 시기를 말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전주=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