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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색과 성적은 비례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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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색과 성적은 비례하지 않아요"

입력
2014.01.26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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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전교 1등 머리카락 색깔은 빨간색이에요."

지난해 6월부터 두발을 전면 자유화한 경기 남양주시 호평중.'학생은 용모가 단정해야 하고, 단정해야 공부도 잘 할 수 있다'는 얘기에 이 학교 3학년 방혜주(15)양은 이렇게 반박한다. 방양은"머리색깔과 치마 길이는 성적에 비례하지 않는다"며"외모를 규제한다고 해서 우리 내면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같은 학년 손가영(가명)양은 학칙(학교생활인권규정)이 바뀌자 지난 여름 검은 단발머리를 초록색으로 물들였다가 두 달 만에 염색을 풀었다. 평소 초록색을 좋아해 시계, 신발 등 온통 초록색인 소지품을 가지고 다녔던 가영양은 "머리카락을 초록색으로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원이 없다"고 말했다. 긴 머리에 웨이브 파마가 잘 어울리는 모범생 이경미(가명)양은 "파마 후 오히려 공부가 더 잘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학생자치부장인 전인숙 교사는 "아무리 교사가 얘기해봐야 본인들이 겪어보지 않으면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말한다. 학생들 스스로 선택을 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면서 성장하게끔 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는 것이다. 올해로 6년차 혁신학교인 호평중이 두발 완전 자유화를 하게 된 것은 이런 교육철학의 연장선상이었다.

이 학교에서도 교문지도는 물론 체벌까지 하던 시절이 있었다. 2010년 경기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되면서 그에 맞춰 학칙을 조금씩 손봤지만 학생인권 보호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인식 변화는 더디기만 했다. "학생은 외모가 단정해야 하지 않느냐"라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초, 학생과 교사들이 두발 전면 자유화를 공론화했지만 학부모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거셌다. "외모에 신경을 쓰느라 공부를 못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설문조사, 학생회 대의원회, 학부모 회의 등 오랜 설득과정 끝에 학부모들도 결국 두발 전면 자유화를 받아들였다. 전 교사는 "학생인권조례의 취지와 왜 생활지도 원칙을 바꾸고자 하는지 충분히 설명하자 학부모들도 오히려 부끄럽다고 말씀하시더라. 막판에는 학교에서 애들을 이렇게 존중해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교칙을 개정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권리에 따르는 책임까지 자연스레 익혔다. 방혜주양은 "두발 자유화가 됐을 때 문제점은 무엇이고,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친구들끼리 많은 토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진정한 '학생다움'은 용모가 아닌 행동에서 나온다는 결론을 내리고, 스스로 수업 중 잡담하지 않기, 머리 빗지 않기, 욕하지 않기 등 생활 태도를 개선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제지간의 정도 돈독해졌다. 전 교사는 "수업 방해나 폭력적 행동 등 학교공동체에 피해를 입히는 행동에는 강하게 책임을 묻되 학생의 개성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존중해야 한다"며 "그 선은 학생 스스로 정해야 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에 대해서도 본인이 제어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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