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방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지자체 파산제를 검토하겠다"며 '지방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한 데 이어 안전행정부가 본격적으로 파산제 도입 검토에 들어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방부채가 100조원에 달해 불가피한 조치라지만'2할 자치'라 불릴 정도로 지자체의 재정 운용권한이 부족한 상황에서 오히려 지방자치제 근간을 흔들 것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26일 "정치권에서 지자체 파산제 입법 이야기가 나와 (안행부도)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게 됐다"며 "논의가 시작된 지 얼마 안돼 구체적 시기나 요건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자체 파산제는 무분별한 재정 운용으로 위기에 처한 지방정부의 빚을 중앙정부가 청산하는 대신 자체예산편성권 제한, 지방세 인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것이다. 미국, 일본 등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 미국 디트로이트 시가 인구감소와 자동차 산업 부진으로, 2006년에는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 시가 관광객 수요 예측 실패로 파산을 선언했었다.
하지만 파산제가 지방정부를 이중으로 옥죄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2012년부터 정부는 예산 대비 부채가 40%에 달하는 지자체에 대해 재정건전화계획을 수립토록 하는'재정위기 사전경보시스템'을 실시하는 등 통제 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2로 세제구조가 지나치게 중앙정부에 치우쳐 있고, 무상보육 예산처럼 지자체에 떠넘겨지는 복지예산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파산제 도입은 자치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안행부에 따르면 예산 대비 부채비율이 높은 지자체는 경기 용인(39%), 인천(37.6%), 대구(32%) 등으로 부채 비중이 40%가 넘어 재정건전화계획을 수립한 지자체는 현재 한 곳도 없다. 2010년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지자체 최초로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선언했지만 이는 방만한 사업을 한 전임시장과 선을 긋는 정치적 성격이 짙었다.
김홍환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선임연구위원은 "5억원 이상 들어가는 축제, 30억원 이상 자본을 투자하는 지자체 사업은 중앙정부의 심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무리한 사업에 따른 재정위기 책임을 100% 지자체에 묻는 것은 문제"라며 "공무원 정원 감축, 임금 삭감, 공공요금 인상 등의 권한이 중앙정부에 있기 때문에 파산이 선고된다 해도 지자체 스스로 재정을 정상화시킬 수 있는 수단이 없어 (파산제) 실효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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