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재개되더라도 전면적인 남북관계 복원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26일 "이산상봉은 북한이 지난해 일방 파기한 약속을 뒤늦게 이행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못박았다. 우리가 북측에 요구한 진정성을 담보할 조치로는 미흡하다는 얘기다.
정부의 정세 판단은 북한이 보여 온 모순된 행동에 기인하고 있다. 지난 16일 중대 제안을 한 직후 김정은 국방위위원회 제1위원장이 군부 강경파들을 이끌고 유사시 남측의 주요 시설물을 겨냥한 테러ㆍ특수전부대를 잇따라 참관한 것이나 지난해 1월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하자마자 다음달 3차 핵실험을 단행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사도 24일 기자회견에서 국가최고기관인 국방위를 중대제안의 주체로 거론하며 진정성을 애써 부각했지만 결국 방점은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에 찍혀 있다는 게 우리 당국의 분석이다. 신 대사는 또 "북한은 언제라도 북핵 6자회담에 응할 수 있는데, 한국과 미국이 반대하고 있다"며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 주장을 되풀이했으나 정작 한미가 회담 전제 조건으로 강조해 온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 중단과 핵ㆍ미사일 실험 유예 등 비핵화 의지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때문에 정부는 북한이 공언한 후속 '실천적 조치'를 남북관계 개선을 가늠할 바로미터로 보는 분위기다. 북한 국방위는 중대제안에 이어 24일 공개서한에서도 서해 5도를 비롯한 최전방의 육ㆍ해ㆍ공에서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는 실천적 조치들을 취하겠다고 다짐했다. 군 관계자는 "남측을 향해 있는 해안포나 방사포, 황해남도 공군기지에 주둔중인 공격용 헬기들을 후방으로 재배치하거나, 하다못해 현재 실시 중인 동계훈련을 중지하는 등의 가시적 움직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1992년 한미 연합 훈련의 전신인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시킨 전례를 떠올리며 남측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 같다"며 "군사적 유화 조치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인도적 차원 이상의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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