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학생이 미국인 선생 앞에서 ‘Our country is so small…’이라고 말하자 듣고 있던 미국인이 당황해 했다. ‘우리나라는 당신과 내가 공유한 나라의 뜻인데 한국인인 당신과 미국인인 내가 어떻게 our country라고 말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영어 표현에 ‘우리’라는 개념이 발달하지 않은 것도 있고, 개인화ㆍ사물화 표현이 많은 이유도 있다. 바로 옆에 있는 부모를 소개하며 ‘This is our father’라고 말하면 옆에 있는 사람과 형제가 된다는 엉뚱한 해석이 된다. 영어의 ‘We’ 개념은 그래서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어느 방송인이 다년간 미국에서 살다 온 나머지 ‘한국은 ~’을 연발했다가 곤혹을 치렀다고 한다. ‘당신은 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데 조국을 우리나라라고 부르지 않고 한국 운운하느냐’는 지탄을 들은 것이다. ‘우리나라’라는 용어의 빈도가 유난히 높은 한국에선 영어식 발상으로 ‘이 나라’(This country)라고 했다가는 난리가 난다. 그렇지만 영어권에선 제3자 명칭이나 객관적 호칭이 더 일반적이다. ‘My country is ~’라는 말과 ‘Our country is ~’라는 표현은 국제 무대에서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같은 맥락에서 ‘This is my mother’라고 해야 할 상황에서 ‘이 분이 우리 엄마’ 라며 ‘This is our mother.’라고 표현한다면 옆에 있는 외국인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 다 문법 구조상 문제가 없더라도 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그것은 언어 기능을 상실하고 더 이상 올바른 어법이 아니다.
영어에서 we를 남발하면 그만큼 문제가 많아진다. 최근 미국의 한 회사에서 ‘We at ABC company ~’ 같은 어구가 자주 쓰이게 되자 이를 지적하며 논쟁이 벌어진 예도 있다. 신상품을 소개하며 ‘We came up with a fantastic product.’라고 하는 건 ‘자기네 회사 사원끼리’ 가능하지만, 소비자나 제3자가 있는 자리에선 여전히 시비 거리가 된다. 그나마 나은 것은 ‘Yes, they are sales people, we call them advisers.’(밖에서는 세일즈맨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내부에서 상담자라고 부른다) 같은 표현법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의 일상 표현에서 ‘we’ 표현은 보통 대명사 대비 26% 정도 된다고 한다. 업무 용어에서는 더더욱 혼동과 오해 여지가 많아지기 때문에 각별히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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