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는 상승하고 엔화가치는 하락하는 ‘원고ㆍ엔저’여파로 지난 해 우리나라의 대일 수출이 1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됐던 2008년 이후 최악이다.
26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일 수출액은 총 346억9,4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0.6%나 줄어든 수치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국내 대일 수출 업종은 선박이다. 일본수출이 무려 46%나 역성장했다. 이어 컴퓨터(-42%), 무선통신(-24%), 판재류(-22%), 수산물(-20%), 기호ㆍ가공식품(-17%), 반도체(-15%), 플라스틱ㆍ기계요소(-13%) 등이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국내 기업이 후퇴한 자리에는 중국과 대만 업체들이 파고 들었다. 대일 수출 감소로 일본 수입시장에서 한국제품 점유율은 4.3%로 전년 대비 0.3%포인트 하락한 반면 중국은 21.3%에서 21.7%로, 대만은 2.7%에서 2.9%로 점유율이 상승했다. 독일은 2.8%로 변동이 없었다. 미국은 8.6%에서 8.5%로 내리긴 했지만 한국의 하락폭에 비하면 적었다. 엔저의 부정적 영향을 유독 국내 기업들이 심하게 겪고 있는 셈인데, 이는 엔저에 원고가 겹치는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의 점유율이 떨어진 품목 가운데 ▦반도체 통신기기 플라스틱 기계류는 중국이 ▦철강 생활용품 수산품 섬유류 등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들이 각각 점유율을 높였다.
국내 수출기업이 체감하는 피해는 훨씬 깊고 넓어졌다. 무협이 최근 대일 수출기업 301개사를 설문한 결과 응답기업의 95%가 엔저로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피해 유형으로는 환차손이 48.8%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수출물량 감소 23.9%, 수출상담ㆍ계약 차질 21.9% 등이었다.
김춘식 무협 무역진흥본부장은 “엔저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기업들은 원가절감, 품질향상, 시장 다변화 등 비가격적 측면에서의 경쟁력 제고에 힘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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