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가한 자식 집에 얹혀 살 듯 시(市) 청사에 더부살이를 하던 도(道)가 올 연말 경북을 끝으로 모두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을 청산한다. 도 고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균형개발 등 제2의 도약이 기대된다.
건국 이후 도청 소재지가 직할시로 승격하면서 '작은 집'에 계속 얹혀 살게 된 곳은 부산의 경남, 대구의 경북, 광주의 전남, 대전의 충남 모두 4곳이다. 부산은 1963년, 대구는 1981년, 광주는 1986년, 대전은 1989년 각각 직할시로 승격했다. 이들 직할시는 1995년 인근 시ㆍ군 일부를 편입시켜 광역시로 바뀌었다. 하지만 자식을 분가시킨 도는 짧게는 17년(충남)에서 길게는 33년(경북)이 넘도록 '자식' 품을 벗어나지 못했다.
1981년 7월 도청소재지였던 대구가 직할시로 승격하면서 분리된 경북도는 우여곡절 끝에 올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중에는 안동시ㆍ예천군 경계지역에 조성 중인 신도청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대구시 분리 33~34년, 2008년 신도청 이전지 결정 6~7년 만이다.
앞서 충남도는 대전직할시 승격 17년만인 지난해 1월 충남 홍성군 홍북면과 예산군 삽교읍 일원의 내포신도시로 옮겼다. 전남도는 19년만에 무안으로 이전했고, 경남도는 20년만인 1983년 국내 계획도시 1호인 창원시에 둥지를 틀었다.
도가 소재지를 옮길 수밖에 없는 것은 정체성 확립과 함께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강하게 일고 있는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하고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도시지역은 성장하는 반면 도 지역은 급격히 쇠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도를 비롯한 4개 도 모두 도청사 이전을 계기로 제2의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 인프라 부족이 지적되지만 도청 이전지는 급성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계산업의 메카인 창원시는 2010년 마산, 진주와 통합하면서 인구 110만명의 대도시로 변모했다. 전남도가 이전한 '남악신도시'가 있는 무안군 삼향읍은 2005년 인구가 8,000명도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3만명을 훌쩍 넘었다. 지난해 이전한 충남도와 이전을 준비중인 경북도는 도청 신도시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까지 낙후지역의 균형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지금 청사 부지에 건물 하나 지으려 해도 과거 하급기관이었던 대구시나 대구 북구청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도청 이전을 통해 전국에서 가장 낙후한 경북 북부권 개발을 촉진하고, 웅도 경북의 위상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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