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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춘제 불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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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춘제 불경기

입력
2014.01.2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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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제(春節ㆍ설)라고 모든 중국인이 기쁜 건 아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2014년 춘제가 달갑지 않은 이들도 있다.

중국 공무원은 예년과는 다른 춘제 분위기에 울상이다. 중국 공무원들에게 춘제란 가장 많은 선물을 공공연히 받을 수 있는 시기다. 명절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이 전통 문화였기 때문에 일부 공무원은 이를 악용해 뇌물을 챙긴다.

그러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취임 후 이런 풍토가 크게 위축됐다. 시 주석은 2012년 말 '8항 규정'을 발표해 모든 공무를 검소하게 치를 것을 지시했다. 회의나 행사를 열 때 화려한 꽃 장식을 하지 못하도록 했고, 고급 호텔 연회나 고가의 술 소비도 금지했다. 나아가 시 주석은 "호랑이와 파리를 한꺼번에 때려 잡겠다"며 강력한 반부패 투쟁에 나섰다. 이후 뇌물이나 부정부패 혐의로 구속되는 공무원이 잇따랐다. 신화통신은 지난해 1~11월 횡령·뇌물수수 혐의로 전국 검찰기관에 형사 입건된 공무원이 총 3만6,907명이라고 전했다. 하루 평균 공직자 110명이 입건된 꼴이다.

이처럼 서슬이 퍼렇자 공무원 가운데 명절 선물을 사양하는 이가 늘고 있다. 기업들도 이런 사회적인 분위기를 감안해 명절 선물이나 뇌물을 건네는 데 조심한다. 올해 중국 공무원은 뇌물은 고사하고 과일 바구니나 식용유, 생활용품 같은 작은 선물조차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정부 눈치를 보는 국영기업 직원들도 비슷하다. 춘제 전 열리는 국영기업 신년 행사에서 아이패드 같은 고가의 상품을 나눠주던 모습들이 사라지고 있다. 명품 업체들과 사치품 업계도 달라진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후룬(胡潤)연구소가 자산이 1,000만위안(17억5,000만원) 이상인 중국 부자 393명을 대상으로 한 2014년 사치품 소비 조사에 따르면 올해 춘제 기간 선물 비용으로 5,000위안(88만원) 이상을 쓸 계획인 부자가 지난해보다 25%나 감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사치품 소비에 쓴 돈이 전년보다 15% 적은 평균 150만위안(2억6,000만원)이라고 덧붙였다. 공무원들에게 선물로 주려고 구입하는 사치품이 그 만큼 줄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호텔이나 고급 식당도 예년에 비해 춘제 불경기다.

그러나 '위에 정책이 있다면 아래엔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란 말처럼 정부의 반부패 정책을 피해가기 위한 묘책들도 나온다. 전자 상품권과 상품책 제공이 한 예다. 식당이나 상점 등 지정된 곳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은 자금 추적 등을 피할 수 있어 인기다. 미리 값을 치른 상품 목록 사진을 소책자로 묶은 상품책도 원하는 상품만 고르면 택배까지 해 줘 최근 뇌물 대용으로 확산되고 있다.

폭죽 판매상도 예전 같지 않은 춘제 분위기가 걱정이다. 베이징을 비롯해 각 지방 정부에서 스모그를 예방하기 위해 1인당 폭죽 구매량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베이징은 스모그 홍색 경보와 황색 경보 시 다섯 상자 이상의 폭죽을 구매할 경우엔 반드시 신분 정보를 공안 당국에 등록하도록 한 규정을 이번 춘제부터 시행한다.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공금으로 폭죽을 터뜨리는 것까지 금지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폭죽 업계는 한파를 맞았다.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시의 춘제 기간 폭죽 소매 영업권 낙찰가는 전년 대비 30%나 하락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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