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의 순기능과 역기능”
연초 TV엔 무속과 관련된 프로가 많다. 아무래도 신년 운세-대입-인사 등 점집에 가야 할 일이 많아서 집중적으로 편성한 것 같다.
올해도 공중파와 케이블 할 것 없이 방송사마다 자주 눈에 띄었다. 그런데 유감스러운 것은 오해로 인한 부정적 면을 부각시킨 것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어떤 심리학자는 무속인의 유도 심문에 손님은 당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권위적인 말투(주로 반말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여 줌)나 행동으로 존재감을 보여 분위기를 잡고, 보편적 질문으로 손님의 고민을 포착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점점 질문의 범위를 좁혀 ‘결정적 한 방’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정적 한 방’이란 ‘어깨에 귀신이 득실해 아프다’ ‘굿을 안 하면 죽는다’ 등 공포 분위기 조성용 멘트라는 것이다. 그는 무당이 유도하는 분위기에 완전히 압도당했을 때 굿이나 비싼 부적을 쓸 것을 권하면 손님은 십중팔구 넘어간다고 덧붙였다.
무속인이 신과 접신되어 하는 말(공수)은 일반 대화와 다르다. 접신이 되면 무속인은 신의 대리인 혹은 대변인이 된다. 예언하는 것도, 어떤 문제점에 대한 처방도 모두 신의 뜻이다. 즉 신의 메시지이므로 무속인의 꼼수가 없다는 의미다.
따라서 유도심문 등은 어불성설이다. 다만 신점(神占)을 볼 수 없는 일반 무속인은 손님과 일상적 대화를 할 수밖에 없으므로 심리학자의 견해가 맞을 수도 있다.
한편 이날 프로에서 낯부끄럽고 반성해야 할 점도 있었다. 굿을 과다하게 요구하는 사례다. 무당이 굿을 권유하는 것은 의사가 수술을 권유하는 것과 같다. 제대로 된 무당은 꼭 필요할 경우만 권유한다. 경신회(무당과 점복업자들이 모여 만든 단체) 회장이 밝혔듯이 똑같은 사안에 대해 자꾸 굿을 요구하거나 과다한 금품 요구는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무속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분명히 있다. 우물을 흐리는 못난 미꾸라지 같은 사이비 무당의 나쁜 면만 보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은 잘못이다. 나쁜 점만 있었다면 무속이 5,000년 우리 민족과 희로애락을 함께할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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