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책임감이 더 막중해졌다.”
지난 연말 K리그는 두 백전노장 ‘올드보이’의 귀환으로 떠들썩했다. 이차만(64) 감독은 지난달 17일 경남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되면서 15년 만에 K리그로 돌아왔고 일주일 뒤 박종환(76) 감독은 시민구단으로 새롭게 발돋음 하는 성남 FC의 초대 사령탑으로 7년간의 공백을 깨고 K리그에 재입성했다.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인 두 사령탑의 등장은 최용수(41) 서울 감독, 황선홍(46) 포항 감독 등 40대의 젊은 감독들이 주축이 된 K리그에 이변으로 받아들여졌다.
이 감독은 지난해 경남 신임 감독으로 부임한 직후 K리그 현역 최고령 감독이라는 달갑지 않은 타이틀을 ‘잠시’보유하게 됐다. 지난해까지 울산을 이끌었던 김호곤(62) 감독이 자진 사퇴하면서 유일한 60대 사령탑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1987년 37세의 나이로 대우 로얄즈의 감독에 오르면서 K리그 역대 최연소 사령탑 기록을 보유하고 있던 이 감독에게 최고령 감독이라는 수식어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며칠 뒤 박 감독이 등장하면서 그는 최고령 감독에서 2인자로 밀려났다.
이 감독은 최고령 감독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게 해 준 박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26일(한국시간) 경남의 전지훈련 숙소인 터키 안탈리아에 위치한 IC호텔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박 감독님이 나를 살려주셨다”고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이어 "박 감독님은 90년대에 일화를 이끌고 리그 3연패를 달성하신 분이다”라며 “성남이 조만간 안탈리아로 전지훈련을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만나 뵙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두 노장 감독은 K리그에 복귀하자마자 운명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경남과 성남은 오는 3월9일 창원축구센터에서 개막전을 갖는다. 베테랑 사령탑들이 펼칠 지략대결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감독은 성남과의 개막전 이야기가 나오자 선배인 박 감독에게 농담 섞인 선전포고를 날렸다. 그는 "박 감독님께서 (최고령 감독 타이틀을 가져가시면서)한번 살려주신 김에 끝까지 나를 살려주셨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박 감독은 25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성남 창단식에서 “이제는 ‘벌떼축구’로는 안 된다. 업그레이드 된 ‘파도축구’를 선보이겠다. 파도가 치듯 공격을 하면서 상대를 쓸어버리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감독은 박 감독의 ‘파도축구’를 ‘태풍 축구’로 잠재우겠다고 맞불을 놨다. 그는“태풍 같은 축구로 파도 축구를 휩쓸어 버리겠다. 내가 박 감독님보다는 젊지 않은가”라고 응수했다.
이 감독으로서는 1999년 대우 지휘봉을 내려놓은 뒤 K리그와 인연을 맺지 못했기 때문에 15년간의 공백을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그는 현장감각이 살아있는 코치들과의 긴밀한 역할 분담을 통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감독은 “오랜 시간 리그를 떠나있었기 때문에 최근 축구의 흐름에 대해 잘 알지 못 할 수도 있다”며 “그런 것을 보완하기 위해 이흥실 수석코치 등 K리그에서 꾸준히 활동을 해 온 코치들과 함께 코칭스태프를 구성했다. 코치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좋은 팀을 이끌어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탈리아(터키)=이재상기자
한국스포츠 안탈리아(터키)=이재상기자 alexei@hksp.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